<열린마당> 정보기술 프로세스의 개선

郭龍求 (주) 씨에이에스 대표.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자기를 총애하던 정조대왕의 승하 이후 그토록 바라던 정치적 이상 실현의 기회를 끝내 갖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반면 그 결과 후손인 우리는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라는 위업을 통하여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여유당은 그의 또 다른 호이며 그가 학문을 연마하던 지금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서재 이름이기도 하다.

여(與)는 예(豫)와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글자인데 자신이 나아갈 앞길이 포장도로인지 진흙길인지를 미리 신중하게 판단해가며 전진하는 동물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그와 반대로 유(猶)는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자기가 그릇된 판단을 했거나 잘못된 족적을 남기고 있지는 않는지를 조심하고 바로 잡으며 전진하는 동물의 이름이다. 결국 여유당은 당대 최고 실학자의 학문하는 정신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름인 셈이다.

지난 세월, 50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수세대를 뛰어 넘으며 발전해 온 정보통신분야는 거의 뒤를 돌아다 보지 않으며 초고속의 질주를 해온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비록 하이테크 분야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을 앞지르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산물을 받아들여 우리의 문화와 기술 속에 흡수시키고 운용하는 데는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왔다. 그 결과 이상향쯤으로 생각해도 좋을, 정보사회를 꿈꿀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른다.

우리의 이런,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던 경험은 가난을 벗어버리고 저개발국에서 개발도상국 그리고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고자 했던 우리 선배들의 노력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당시의 지상과제는 수출목표 달성이었으며 이것을 위해서라면 환경이나 인권과 같은 중요한 문제는 모두 무대의 커튼 뒤에서 푸대접이나 학대를 감수하고 있어야 했다. 목표는 달성되었으나 그 결과 환경과 같은 문제는 아직도 그 맥을 잡지 못하고 있으리만치 우리의 의식수준이나 실질적인 해결책의 관점에서 어려운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시 우리의 현실을 보자. 정보화를 외치며 너도 나도, 기업도 공공기관도 뒤질세라 컴퓨터를 도입하고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때로는 마치 유행처럼 훑고 지나가는 갖가지 패러다임의 유혹에 잠시 발길을 멈추어 보기도 하고 혹자는 기어이 쇼윈도 속의 화려한 옷을 입어보고 비싼 대가를 치러 보기도 했을 것이다. 패션을 리드해온 벤더와 패션에 뒤지면 낙오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위기에 처한 정보시스템 담당자(조직내 정보시스템 실무자나 SI사업자)는 이런 무대위의 주역이 되어 숨가뿐 연기를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기호지세(騎虎之勢)라는 말로 달리 표현해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 잠시 숨을 돌려, 달려온 그 길을 뒤돌아보아도 좋을 시점에 우리가 와 있는 것은 아닐까. 쉬엄쉬엄 이틀을 달려도 좋을 길을 무리하게 반나절 만에 먼지를 뒤집어 쓰며 달려온 것은 아닌지. 밤을 지새고 달려온 덕택에 지름길을 놔두고 먼길을 돌아오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비록 호랑이 등 위에서 산천경개를 구경하리만치 한가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여하튼 이제 우리는 고삐를 잡고 우리의 전진하는 속도와 방향과 과정을 조절해야 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남의 기업재구축(BPR)만을 고민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바로 우리 정보기술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일에 이제 열정을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또 정보기술과 정보시스템이 조직의 지원 수단이 아닌 핵심기능으로 자리를 잡았다면 바로 그 중 핵으로부터 변화의 파고가 일어야 마땅하며 그래야 근본적인 조직의 변화가 가능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달리 조직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CEO)나 정보담당 임원(CIO)와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자기 조직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이런 일을 직접 추진해야하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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