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彩圭 한강시스템 사장
불과 3년의 짧은 세월 동안 인터넷은 정보사회의 핵심 수단이 되어 세상의 모습까지 바꾸어 놓을 기세이다. 수많은 사람과 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해 운명을 건 한판승부를 벌이기도 하며 신문과 방송매체들도 줄기차게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증기기관이었다면 오늘의 정보혁명을 이끌고 있는 원동력은 인터넷에서 나온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시대를 열었던 컴퓨터 통신은 이제 충격적인 미래까지도 주관하게 될 것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SW는 당분간 정보혁명과 향후의 산업발전을 주도할 핵심기술이 될 것 같다.
지금껏 기술발전을 선도했던 나라들은 산업표준을 만들어 그것을 활용할 기반과 제품을 개발, 시장을 개척했다. 인터넷도 그런 산업표준의 하나로 자리잡은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표준화된 기술의 활용이 무르익어 제품 개발과 판매경쟁이 가열되면 선진국들은 냉정하게 기존 시장을 버리고 해로운 형태의 시장 조성을 시도한다. 표준을 만들어 거대한 시장을 조절할 능력이 미흡했던 기술 후진국이 지금껏 생존을 유지해온 방식은 선진국이 만든 표준을 활용하여 유사한 제품을 만들거나 특징있는 기술로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일이었다. 그동안 SW기술분야 역시 비슷한 형태로 발전되어 나왔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이 화려하게 열어놓은 가상공간 등으로 SW기술은 더 이상 선진국의 전유물로 남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SW의 세계는 인간의 무한한 지식과 아이디어가 반영되는 한, 새로운 형태로 변형된 제품에 의한 시장조성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SW는 예측 불가능한 현재와 미래의 상황까지도 해석하면서 경쟁자를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마저 선사한다. 그런 특수성을 일찌감치 읽었던 빌 게이츠는 SW 하나로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었으며 인터넷의 확산 역시 평범한 아이디어를 결집하여 일련의 SW를 만든 몇사람의 노력으로 비롯되었음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SW를 만드는 주체는 프로그래머라는 인간이다. 인간대신 프로그래밍을 완벽하게 수행해 줄 기계는 아직 이 세상에 없으며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 개발되지 못할 것 같다. 따라서 그동안 표준의 제정을 비롯한 기술경쟁에서 항상 뒤질 수밖에 없던 국가에서 SW 개발전쟁은 절호의 기회이자 한편으로는 절대 위기의 상황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이런 시기에 우리나라 SW산업의 현실을 생각해보게 된다. 제한된 시장을 앞에 놓고 정도를 지나친 시장확보 경쟁이 기업규모에 아랑곳없이 무차별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부 프로그래머들은 고임금을 쫓아 이 회사 저 회사를 방황한다. 그런 와중에도 몇몇 중소기업이 만든 SW들이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대규모의 시장을 확보했다는 고무적인 소식도 들리지만 보편적으로 우리 SW산업은 전쟁에 나설 만한 진보된 전략이나 우수한 인력의 결핍 현상이 여전한 실정이다.
80년대를 풍미하던 SW위기라는 용어는 근래에 와서는 유능한 프로그래머 부족으로 SW개발이 한계에 부딪치는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게 배출된 세계 최고수준의 예술가나 체육인들은 대부분 유년기에서부터 기량을 갈고 닦아 그만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다. 그러나 프로그래머의 세계에 그런 유래나 전통은 찾아보기 어렵다.
젊고 우수한 프로그래머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구축이 절실하다. 기업은 무모한 매출확대보다 기술개발에 승부를 걸어야 하며 정부는 우수한 프로그래머들을 보유한 SW 전문기업 육성책을 보다 과감히 펼칠 필요가 있다. 외형이 우대되는 구조 속에서는 프로그래머의 방황과 기술개발의 한계는 불가피하며 SW산업의 특성상 국가도 기업도 궁극적인 승리를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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