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정보통신산업의 생존전략

許眞浩 아이네트 사장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시장, 특히 통신서비스분야에 경쟁체제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전이다. 어찌보면 혼란스러울 정도로 급속하게 도입된 경쟁이긴 하지만 98∼99년에 걸쳐 진행될 정보통신시장 완전개방과 글로벌 시장에 대비한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기본적으로 정보통신산업은 속성상 그 자체 규모로서도 고부가가치의 성장성이 큰 산업일 뿐 아니라 그 정보통신산업이 타 산업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타 산업분야의 필요한 기반을 제공해 주는 의미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좀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와 또 다른 산업에 필요한 하부구조를 얼나나 잘 제공해 주느냐 하는 명제는 원인과 결과처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현실은 이 두가지 명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에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우선 서비스 단위별로 경쟁을 도입하고 있긴 하지만 시기적으로 초기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제한된 형태의 경쟁이라고 판단된다. 현재 통신서비스 분야별로 1∼3개 정도의 신규 사업자가 선정되어 기존 통신사업자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실상 완전경쟁을 도입할 수 있는 기저로부터의 체질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경쟁과 함께 우리 정보통신산업을 기저로부터 개선시킬 또 다른 관건은 바로 자유화다. 정보통신산업은 자주 도로건설에 비유되곤 한다. 일단 건설되면 수십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그 산업뿐 아니라 타 산업과 국민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와 산업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통신산업은 그만큼 5년, 10년에 그치는 단편적 시각이 아닌 100년 앞을 내다보는 대계로 신중하게 세워져야 한다.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는 기간망 및 가입자망 구축과 무선통신에 필요한 주파수(Bandwidth)대 할당 같은 사안들 역시 대승적 관점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의 백년대계는 초기 구축 못지않게 자유화에 입각한 장기적인 활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초기단계에서는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도로를 기업과 산업분야, 국민이 잘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하듯이 산업현장에서 유용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는 공공서비스를 제외한 일반 분야에 대해서는 각 산업분야의 자체 경쟁력과 경제성을 갖춰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들이나 경제가 필요한 서비스 혹은 응용분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실제 인터넷에서도 통신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고 그중에 공공서비스에 해당되는 부분, 예를 들면 주소할당이나 도메인 네임 할당 같은 부분들, 그리고 백본의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이고 그 연동정책은 무엇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만 미국정부가 최소한의 관여를 했을 뿐 다른 많은 부분들은 대부분 산업 현장에서 발전된 것들이다. 산업 현장의 다양한 솔루션들도 기본적으로는 이용자들에 근간하여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초기에 전문가들은 텔넷과 FTP서비스를 제일 많이 사용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결과는 엉뚱하게도 전자메일과 뉴스를 가장 많은 이용자들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그것은 수요는 수요자가 결정한다, 수요는 수요자가 제일 잘 안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예라고 하겠다. 정보통신산업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필요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어떻게 수용해나갈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지금 우리는 경제규모만 세계 10위권에 들어 있고 도약을 위해 글로벌 마켓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는 단계에 들어서 있다.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것은 결국 경쟁을 통한 자체 경쟁력 강화에서 출발하며 이러한 진행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방향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여년 전 건국한 싱가포르의 현재를 보자. 당시 제한된 자원과 인구를 가진 그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속에 우뚝 선 나라가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싱가폴이 급속하게 나라를 발전시키고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었던 것에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도 그치지 않고 최대한의 경쟁과 자유화를 통해서 각각의 산업분야가 자체 경쟁력을 갖추고 나아가 글로벌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데 있다고 본다.

우리가 시작하는 정보통신산업 발전을 위한 준비작업들은 2000년대로 들어서 향후 30∼50년 동안 우리의 경제와 생활을 바꿀지도 모를 정보통신 하부구조, 소위 말하는 초고속정보통신망( NII;National Information Infra Structure)을 구축하는 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때보다도 정부와 각 기업체의 역할이 분담되고 거기에 맞는 형태의 정책과 기업의 참여가 절실하다. 기업의 희생과 참여를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도 없고 정부에서 모든 것을 다 해야 된다고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완전경쟁과 자유화를 토대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에 적절하게 일어나는 역할분담과 상호작용은 21세기를 준비하는 우리 정보통신산업의 기본원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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