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통신용 릴레이업계 고사 위기

국산 통신용 릴레이가 일산제품에 밀려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산전, 유유 등 국내업체 제품들이 일본업체들의 동남아산 제품에 가격 및 품질경쟁에서 모두 뒤져 월 2천만개 가량으로 추정되는 국내 시장의 1∼2%에 불과한 극히 미미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을뿐 대부분의 시장을 마쓰시다, 다까미자와, 오므론, NEC 등 일본업체들에 내주고 있다.

이는 일본업체들은 월 수천만개에 달하는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데다 대부분 동남아 등 저임금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 높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업체들은 아직 생산능력이 월 25만개 정도에 불과, 일본업체들의 저가공세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내업체들은 일본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맞서 지난해 개당 8백원에 공급하던 20.1x12.5x9.8㎜ 사이즈의 통신용 릴레이 가격을 올들어서는 6백원으로 25%나 대폭 인하, 출혈을 감수하면서 물량 확보에 나섰으나 일본업체들이 같은 규격 제품의 가격을 올해 개당 80엔에서 65엔으로 인하,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LG산전은 이같은 이유 등으로 릴레이부문의 적자가 계속됨에 따라 올 초 릴레이사업부를 자동화기기사업부로 통합하면서 통신용을 포함한 가전용 릴레이 사업은 중단하고 산업용에만 주력한다는 방침아래 관련 생산설비 매각을 추진중이다. (주)유유도 당초에는 지난해말까지 자동화라인 1개를 증설, 생산능력을 월 50만개로 늘리고 오는 98년까지 월 1백만개로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아직 라인을 증설하지 못하고 월 20만개 안팎의 물량만을 생산,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지 청원전자만이 올들어 주문량 증가로 연내에 자사상표 공급물량을 월 1백만개 정도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이 역시 일본 안리쯔社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공급받고 있는 일산제품이다.

한편 통신용 기기의 소형화 추세에 따라 이에 내장되는 릴레이도 이미 14x9x6㎜ 크기의 초소형 제품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내부에 코일을 없앤 칩형 릴레이도 등장하는 등 통신용 릴레이도 급격한 초소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20.1x12.5x9.8㎜ 크기의 초기 제품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산 통신용 릴레이 업체들의 입지는 앞으로도 계속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기술로는 초소형 통신용 릴레이 및 생산라인을 자체 개발하기가 어렵고 생산라인을 도입하려해도 1백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인 반면 국내 시장이 협소해 초소형화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투자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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