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입배급사 자의 가위질 소비자 불만 팽배

최근 몇몇 영화수입 배급사들이 공연윤리위원회의 등급심의와 무관하게 영화의 일정분량을 자의로 삭제해 관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수입 배급업자들의 장면삭제는 주로 상영횟수 늘리기와 같은 상업적 이익증대에 이용되거나 거액을 들여 수입해온 영화가 심의에 걸려 상영금지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자행되는 것. 최근들어 이같은 장면삭제의 분량은 각 장면 단위에서 시간 단위로 증폭되고 있다.

최근 상영중인 20세기폭스의 「스피드2」는 원본에 비해 무려 17분이 삭제됐다. 2시간 2분짜리 영화가 1시간 45분으로 줄어든 채 상영되고 있는 것이다.원본대로 상영할경우 「스피드 2」는 관객교체시간 및 광고,문화영화,예고편 등을 합쳐 1회당 약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

그러나 본상영시간이 17분이나 줄어 1회당 2시간에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1일 상영횟수도 1회가 늘어 총 6회가 가능해졌다.현재 20세기 폭스와 주 상영관이던 서울극장측은 상영시간단축으로 인한 파동이 확산되자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에 앞서 뤽 베송 감독의 「제 5원소」도 수입배급사의 자진삭제 파동을 겪었다.이 영화의 경우에는 공륜심의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8분가량이 자진삭제됐는데 뤽 베송 감독이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수입배급사인 삼성영상사업단은 자진삭제 행위를 눈가림하는 데만 급급했을 뿐 뤽 베송 감독의 양해를 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일로 삼성측은 지난해 알 파치노,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히트」의 일부 장면을 삭제해 물의를 빚었던 일까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관객들로 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최근 「제 5원소」와 「스피드 2」의 삭제파동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고발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보호운동 차원의 반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PC통신을 비롯한 극장가 주변에서 「영화수입배급업자에 대한 제재 및 대응」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국내 4대 통신에 개설돼 있는 영화동아리,공개포럼 등에 「제5원소」와 「스피드 2」의 장면삭제및 시간단축을 성토하는 의견개진과 토론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한 PC통신 이용자는 『영화상영시간 단축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얄팍한 상술』이라고주장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앞으로 영화배급업자 및 극장,영화제작자들에 의한 자의적인 가위질이도마위에 올라 공론화될 전망이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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