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가 아날로그시대의 영화를 디지털시대로까지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소니는 TV, 휴대형 카세트 리코더, 게임기 부문 등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해온 종합 가전업체. 이러한 소니가 아날로그시장에서뿐만 아니라 디지털시장에서도 앞서가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디지털시대를 맞는 소니의 최우선 전략은 디지털화를 가속시키는 것.
음성통화가 디지털방식으로 바뀌고 있고 디지털TV 방송 일정이 구체화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디지털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같은 디지털방식이라도 콤팩트 디스크(CD)보다 앞선 매체인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가 오디오, 비디오 테이프를 대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니는 기존 기기의 디지털화와 함께 DVD플레이어, 디지털 캠코더, PCTV 등 새로운 디지털 기기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음으로 소니는 디지털시대 주역이 되기 위해 PC부문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세계 기업들의 절반이 PC를 보유하고 있고 선진국의 경우 PC 보급률이 30%를 웃돌고 있는 등 가정과 사무실내 전자제품의 중심은 이제 TV에서 PC로 옮겨가고 있다. 소니로서는 지금까지 TV를 중심으로 한 가전 우선 전략을 PC중심으로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선보인 「바이오」라는 브랜드의 홈PC가 미국시장에서 1%의 점유율도 넘지 못하는 등 소니는 아직까지 PC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게다가 경쟁제품의 가격은 점점 더 싸지는데 소니 제품은 이들보다 비싸다는 것도 시장 점유율을 올리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니는 데스크톱의 가격경쟁보다는 디지털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와 연결할 수 있는 랩톱PC를 새로 내놓고 이것으로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PC시장 진출이 급하다고 해서 TV 등 가전시장에 소홀할 수는 없는 게 또한 소니의 현실이다. 컴팩이나 게이트웨이2000 등 미국의 PC업체들이 기존 TV를 대신하는 광폭TV 개발에 나서는 등 가전부문으로 파고 들고 있기 때문에 소니는 가전시장의 수성에도 주력해야 한다.
게다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TV에서나 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PC운용체계에 부가하는 등 소니 텃밭에 대한 PC업계의 침공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니의 대응책은 결국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이에 따르는 두려움이 없지는 않다. 소니처럼 아날로그시대를 앞서 가던 업체들의 기득권은 디지털시대로 오면서 사라졌다. 오히려 디지털화가 더 진행된 PC업체들이 가전업체들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소니의 전술은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해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니는 오디오, 비디오 부문 및 정보기술 부문을 새로 설립하고 영화 부문을 강화했다. 모두가 디지털시대로의 성공적인 진입을 위한 포석이다.
이같은 전략은 현재로선 좋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 성과는 금액보다는 기존의 많은 아날로그 제품들을 디지털로 전환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지난 90년 전체 소니 매출의 10%밖에 되지 않던 디지털 부문 매출이 지난해 30%까지 증가했다.
최근들어 오디오, 비디오 및 방송 부문에서 새로 출시된 기기들은 거의 디지털방식으로 개발됐다. 소니는 오는 2000년까지는 디지털제품의 매출을 전체의 50%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같은 디지털전략의 완결판으로는 호주 뉴스사,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J스카이B서비스를 들 수 있다. 소니가 J스카이B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는 장비 고객이 될 디지털 위성방송국들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소니는 지난해 2천억엔대의 디지털 방송장비 시장에서 가장 앞서 갔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진척될수록 계속 시장을 주도할지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디지털시대에도 시장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성방송시장 참여가 불가피했던 것이다.
소니는 위성방송국들이 장비 외에 영화나 TV프로그램 같은 콘텐트도 구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영화 제작에 따른 VCR의 판매 증가와, 배경음악의 인기에 편승한 CD플레이어 판매 증가 등 소니의 J스카이B 참여는 일석삼조를 겨냥하고 있다.
소니는 소니픽처스에 기대를 크게 걸고 있는 등 아직까지 영화부문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PC부문에 무게를 더 실을 것을 주문한다. 아날로그 가전시장에서의 성공을 디지털 왕국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방향타를 할리우드보다 실리콘밸리로 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충고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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