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무너지는 통신영역 (7);WLL 등장

무선가입자망(WLL:Wireless Local Loop)은 유선통신인가, 무선통신인가. 통신서비스를 유선과 무선으로만 분류한다면 WLL은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기간선로는 유선이지만 가입자망, 즉 전화가입자 댁내에 연결되는 유선 선로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분명 무선서비스이다.

하지만 통신서비스를 고정통신과 이동통신으로 분류하면 WLL은 고정통신의 범주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전통적인 가입전화, 즉 일반전화의 틀 안에 존재하는 것이 WLL이다.

한국통신은 기본적으로 WLL을 가입자선로의 거리가 4km이상인 농어촌 지역이나 케이블 구축이 어려운 지역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보조적인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이에 따라 원거리지역, 케이블구축 불가능구간, 회선 이원화, 긴급회선 등을 포함해 약4백만 회선 정도의 WLL수요를 예상하고 99년부터 실제 가입자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신규 시내전화사업자의 입장에서는 WLL이 망구축시 도로굴착, 케이블포설 등이 필요없어 망구축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선호하게 되는 기술이다.

이미 한국통신과 데이콤은 시내전화 및 시외전화용으로 각각 10MHz, 5MHz의 WLL용 주파수를 확보해 놓고 있다. 데이콤은 또한 자회사인 하나로통신이 시내전화 사업권을 획득함에 따라 추가로 5MHz를 할당받게 돼 있어 한국통신과 데이콤은 모두 2.3GHz대역에서 10MHz씩의 주파수를 WLL용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처럼 WLL은 유선통신사업자들이 가입자망 구축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한 고정통신 기술이며 그렇기 때문에 WLL을 일반전화와 이동전화의 영역을 파괴할 요소로 분류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LL이 통신서비스 사이의 영역을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새삼 주목받게 된 것은 케이블TV 전송기술의 하나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LMDS(지역 다지점 분배 서비스: Local Multipoint Distribution Service)의 영향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가입자회선용 주파수와 무선 케이블TV 전송용 주파수를 새로 분배했다. 이 새로운 주파수 분배계획에 따르면 LMDS방식의 무선 케이블TV용 주파수가 가입자회선용 주파수 대역 속에 포함돼 있다.

24GHz대역의 가입자회선용 주파수는 상향 24.25∼24.75GHz, 하향 25.5∼27.5GHz로 지정됐으며 LMDS방식의 무선 케이블TV전송용 주파수는 26.7∼27.5GHz가 지정됐다. 가입자회선용 하향 주파수 2GHz대역 가운데 8백MHz가 LMDS에 배당된 것이다.

이는 LMDS기술이 통신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정책당국이 인정한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LMDS기술을 발판으로 2차 케이블 TV전송망 사업을 석권한 SK텔레콤이 이동통신에 이어 고정통신 시장에 진출한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가입자에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공하느냐의 문제가 유, 무선을 통틀어 통신사업 경쟁의 최대이슈로 부각될 것을 예상한다면 비록 지역적인 제한(2차 케이블 TV 12개 구역)이 있다 하더라도 전체 주파수 대역의 40%를 선점한 SK텔레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LMDS가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고정통신 사업자와 이동통신 사업자의 영역을 허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무선통신 분야에서의 선두주자임을 자임하면서 최선 무선기술인 LMDS를 사업다각화의 중심축으로 삼아 왔으며 이것이 최근 선정된 2차 전송망사업의 석권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결국 WLL은 고정통신사업자들에게는 무선통신기술의 축적기회를,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는 고정통신 가입자 확보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통신시장의 영역파괴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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