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평] 프로디지, 「The Fat of the Land」

지난 7월 19일 빌보드 앨범차트 1위의 자리에는 90년대 등장한 테크노그룹 중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프로디지」가 올라섰다. 프로디지는 이미 테크노 댄스클럽 등에서는 인정받아왔던 밴드지만, 한정된 팬만을 확보한 밴드가 팝계의 정상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대중들의 다양성 추구에 대한 요구로 여겨진다.

마침 한국에서는 30년 가까이 외면받아 오고 극소수의 마니아에 의해서만 인정받던 테크노가 요즘들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테크노 소개의 기폭제가 됐던 것은 영화 「트레인스포팅」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 앨범을 통해 프로디지를 비롯해 「언더월드」 같은 영국 테크노그룹의 면면이 알려졌고 일반 팝 분야에서도 「케미컬 브러더스」를 비롯해 80년대부터 질기게 활동하고 있는 「디페쉬 모드」의 변함없는 테크노 사운드도 소개됐다.

정통 테크노라기보다는 약간 변형된 사운드이긴 해도 최근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새비지 가든이나 화이트 타운도 이런 테크노 붐에 한몫을 하고 있다.

테크노는 70년대에 「크라프트베르크」 같은 그룹을 흔히 효시로 보고 있는데, 그 당시에는 전위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댄스뮤직으로 간주되는 경향이다. 80년대 미국시장을 점령했으나 단조로움으로 인해 짧은 생을 마친 영국의 「뉴웨이브」도 기본은 바로 이 테크노와 일렉트로닉 사운드였다.

90년대 들어 모든 장르의 음악을 포괄하는 올터너티브가 팝계 전체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자 각 장르의 개성을 차용하는 밴드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프로디지도 그러한 물결속에 탄생한 밴드다. 프로디지라는 밴드 이름 자체가 이미 테크노에 대한 헌사라고 할 수 있다.

팀의 기둥인 리엄 하울릿이 처음으로 구입한 키보드가 지금은 이미 생산 중단된 「무그 프로디지」 모델이었고 그는 이를 밴드 이름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밴드의 초창기 시절에는 여성멤버도 있었지만 곧 탈퇴했고 레게 MC를 하던 맥심 리얼리티가 가입하면서 프로디지의 음악적 윤곽은 좀더 뚜렷해졌다.

이번에 차트정상을 차지한 「The Fat of the Land」는 여타의 테크노 음악에 비하면 박력과 긴박한 진행이 두드러진다. 그만큼 록적인 성향이 많이 가미됐다. 일부에서는그들을 가리켜 메탈 테크노라고도 하는데 굳이 획을 가르지를 필요없이 시원하게 들어볼 만하다.

한장의 앨범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신조류 테크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미아·팝칼럼니스트>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