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시간은 움직인다

인간이 상상해낸 가장 긴 시간단위 가운데 하나로 겁(劫)이라는 게 있다. 겁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연월일로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천지가 개벽한 이후 그 다음 개벽할 동안을 말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1겁은 범천(梵天)의 하루에 해당하며 해수로 치면 4억3천2백만년이나 된다.

겁의 단위를 나타내는 방법 중에는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비유법이 동원된다. 둘레 40리 되는 성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워놓고 하늘에 사는 나이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3년에 한알씩 가지고 가도록 해 전부 없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1겁이라고 한다. 달리 계산하면 둘레 40리 되는 돌을 하늘 사람이 무게 3수(銖)의 옷으로 3년에 한번씩 스쳐 그 돌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하는 것을 1소겁이라 하고 둘레 80리 되는 돌을 그렇게 하면 1중겁, 1백20리 되는 돌을 그렇게 하면 1대겁이라고 한다. 혹은 8만4천살로부터 1백년에 한살씩 줄어 열살에 이르고 다시 1백년에 한살이 늘어 8만4천살에 이르는 것을 1소겁이라고 하고 20소겁을 1중겁, 4중겁을 1대겁이라고 한다.

이같은 대겁도 실은 찰나(刹那=Ksama=一念=1/75초)로부터 나온다. 찰나는 시간을 모으는 가장 작은 단위로 1백20찰나를 1주야(24시간)로 보면 된다.

시간은 움직인다. 움직이는 시간을 제대로 잡으면 돈이 되고 경쟁력이 된다. 요즈음 유행하는 시테크도 움직이는 시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의 문제다. 「시간은 잘 이용하는 사람에게 친절하다」는 쇼펜하워의 일갈은 시테크 전문가가들에게도 금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흔히 과학기술 수준을 평가할 때 선진국과의 격차를 시간의 갭으로 환산하고 있다. 모든 것을 시간으로 재는 것이다.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나가면 두번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을 아껴야 한다. 우리나라가 21세기를 어떻게 맞느냐는 것도 결국 시간의 문제다. 국민 각자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알차게 이용하면 그만큼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