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 밸리의 유명 소프트웨어 업체인 어도비 시스템의 헬렌 하우지는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주식 보상부에 근무하는 그녀는 고급 두뇌를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고 있지만 마땅한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계 제3위의 PC 소프트웨어 업체인 어도비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인센티브 제도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리콘 밸리의 많은 업체들처럼 다양한 이익 분배 프로그램과 종업원 지주제를 시행하고 있고 급료도 꽤 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우지가 고민에 빠진 것은 최근 실리콘 밸리의 소규모 신생 벤처업체들이 시행하는 파격적인 스톡 옵션제에 대응할 만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당장은 직원들에게 줄 것이 거의 없는 실리콘 밸리의 신생 벤처업체들은 우수한 인재를 모으기 위해 직원들에게 수만 주의 스톡옵션을 제공한다. 이미 덩치가 커진 기존 업체들로선 생각하기 힘든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 때문에 사업이 성공한다는 전제가 붙는 것이긴 하지만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몇년후 돈더미에 올라 앉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실리콘 밸리의 신생업체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
그 결과 이들 신생 벤처기업들은 실리콘 밸리의 역동성과 창조성을 이끄는 새로운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2천억달러. 6천여개의 크고 작은 업체가 밀집해 있는 이 지역에서 신생 벤처업체 수는 1천개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그 중 상당수는 연간 20%이상의 매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신생 벤처기업들의 돌풍이 이어지면서 기존 대기업들에도 일부 임원만이 아니라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스톡옵션을 제공, 기업 내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으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올초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혀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실리콘 밸리에선 주식으로 급료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종래의 고정급 제도는 사라져 가는 추세다.
실리콘 밸리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실리콘 밸리의 경쟁력은 기업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창조성을 극대화하는 데서 나온다』며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은 이를 위해 필요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고 말한다.
스톡옵션제는 이처럼 실리콘 밸리에 활기를 불어 넣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지만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미국의 경제 전문지인 「비지니스 위크」는 스톡옵션으로 인해 미국 대기업 경영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5백80만달러로 나타났으며 이같은 높은 연봉은 사회적 위화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설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오세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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