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자의료기기 유통

메디아나 사장 吉汶鍾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한 기업이 영속하기란 쉽지 않다. 전자의료기기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시장변화가 빠르고 소량 다품종 생산에 의존해야 하는 전자 의료기기산업의 경우 어느 산업보다 유연성과 순발력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 및 확보가 필수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전문인력 양성 및 확보가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소요됨은 물론이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더욱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의료기기 유통업이 많은 자금이 투입하지 않고도 경험을 밑천으로 삼아 창업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애써 양성한 전문인력이 대거 창업의 길로 들어서는 등 전문인력 관리가 여타 산업보다 훨씬 어렵다. 그뿐 아니라 일부 전문인력의 경우 재직하던 회사와 동일한 제품을 창업 아이템으로 설정, 중요한 정보가 다수 노출된 모회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창업 후 2~3년내에 도산할 가능성이 크는 점이다. 특히 이들을 통해 제품을 구입한 병원의 경우 유통점이 도산하면 AS를 받지 못하고 이것이 의료기기 불신으로 이어지는 등 제조업체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이밖에도 최근 2∼3년 사이에 10여개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이 전자의료기기 사업에 진출하면서 기술개발이나 자체 생산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나 전문인력 양성을 외면하고 자본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기존 업체에서 애써 양성한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등 창업에 따른 전문인력 확보경쟁이 치열해 고임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의료용구조합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몇 십개의 회사가 설립되고 그와 비슷한 숫자가 도산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창업자가 충분한 경영수업과 창업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병원경영 악화에 따른 판매부진과 각종 경비부담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산적한 내부문제뿐 아니라 의료시장 개방에 따른 세계 거대기업들의 국내 현지법인 설립이 본격화하고 있는데 국내 전자의료기기업계는 이에 대응할 만한 산업적 기반을 갖추지 못해 자칫하면 산업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 질 수도 있다.

그나마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정부가 경기도 파주의 전자의료기기 전용 산업단지 건설 추진이나 벤처기업 지원, 다양한 기술개발자금 지원 등 중소 전자의료기기산업 진흥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많은 정부 지원책들이 일부 업체에 편중 지원되고 있어 정부 지원책마저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통상산업부, 보건복지부, 중소기업청, 식품의약품안전본부, 생산기술원, 의료용구조합 등 각 부처에 산재돼 있는 업무를 일원화시켜 의료기기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오는 9월부터 시행할 의료용구관리제도를 감시와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차원에서 운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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