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통신사업에서의 바람직한 요금정책

우리나라 통신시장에 경쟁이 도입되기 시작한 90년 이후 통신요금정책의 주요한 방향은 시내요금의 인상과 시외, 국제요금의 인하였다. 이는 80년대까지 통신사업이 독점으로 있으면서 시외 및 국제요금으로 시내요금을 보전하던 것에서 벗어나서 요금구조를 원가구조에 근접시키고 장거리분야 신규사업자가 노른자위 시장만 잠식하는 것(크림스키밍)을 방지하려는 데에 기본취지가 있었다.

그런데 90년대의 이러한 요금정책의 결과로 현재의 요금은 90년초에 비해 시내요금은 2배 이상 인상된 반면 시외요금은 70% 이상, 국제요금은 40% 가량 각각 인하되었다.

그 결과,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의 시외요금은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서 미, 일, 영, 불, 독 등 선진국과 비교시 단거리요금은 12%, 최장거리요금은 40%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내요금이 이들 선진국 요금에 비해 40%를 약간 웃돌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시외요금이 최저수준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시외요금은 외국보다 낮은 반면에 시외전화의 가장 중요한 비용요소인 접속료는 외국에 비해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다시말해 외국의 접속료 수준이 매출 대비 약 30%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데이콤의 경우 47%, 한국통신의 경우 약 60%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시적으로 데이콤에게 면제되어 있는 비용, 즉 가입자선로적자와 정책성 경비(NTS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분담금까지 포함하면 데이콤의 매출 대비 접속료 비율은 79%까지 이르게 된다.

이러한 과도한 접속료 부담으로 인해 현재 시외전화는 최저수준의 원가보상마저도 곤란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시외요금이 추가로 인하될 경우 건전한 사업수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향후 우리나라의 통신요금정책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우선 접속료에 대한 개념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접속료는 원가에 기초하여 산정되어 왔다. 그러나 이 원가는 경제이론에 입각한 한계비용 또는 증분비용이 아니라 평균비용이기 때문에 확실한 학문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며 현실적으로도 접속료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원가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또한 단순히 원가만으로 접속료를 결정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소지가 있다. 통신요금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통신사업의 균형있는 발전을 이루고 정보사회의 핵심기반인 통신인프라를 원활히 확충, 고도화하는 데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접속료는 모든 유무선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유선망의 확충을 위해 모든 통신사업자가 공동부담해야 하는 조세적 성격으로 그 개념이 전환되어야 하며 비용의 분담기준은 각 사업자의 수익력에 두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음으로 경쟁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통신시장에서는 사업자간의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요금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기존사업자가 독점서비스와 경쟁서비스를 수직결합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부적 원가전가를 통해 경쟁사업자를 압박할 소지가 크므로 이를 차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기존사업자의 회계를 사업별로 철저히 분리토록 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따라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처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시장지배력이 있는 사업자가 요금인가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그 신청내용과 근거자료를 공시하고 일반국민과 경쟁사업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요금결정은 비공개리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요금결정의 합리성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요금산정기준에 입각한 공개적인 요금인가 절차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통신요금정책은 다원화된 통신환경하에서 통신사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결정하는 핵심정책이다. 우리의 통신요금정책이 보다 거시적인 안목하에서 통신인프라의 확충과 공정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郭治榮 데이콤 사장>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