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국의 "CDMA" 전세계로 확산

한국의 무선통신 기술이 과연 세계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까.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이동통신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CDMA는 지난해 미국 퀄컴과 한국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상용화에 성공, 국내 가입자만 해도 1백40만명(지난 3월 기준)에 이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유럽 표준인 GSM방식의 위세에 눌려 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때문인지 엄청난 인력과 재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을 두고 「헛수고」라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ETRI가 「주간 기술동향」을 통해 분석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CDMA는 현재 세계 25개국, 43개 사업자가 디지털 셀룰러, PCS 등에 응용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독일과 러시아 등 유럽은 물론 시장 판도를 좌우할 변수 가운데 하나인 일본과 중국이 발빠른 움직임을 나타내 한국이 기술 주도권을 잡고 있는 첨단 무선통신 기술이 세계에 퍼지고 있다.

또 이 기술이 세계 이동통신분야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면서 이미 상당한 관련기술과 장비 제조기술을 확보, 한발 앞서나가고 있는 국내업체들과 본격 추격전을 펼치고 있는 일본기업과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CDMA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를 권역별로 보면 아시아가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필리핀 등 9개 국가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남미권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모두 5개국에 이른다. 아프리카는 나이지리아 잠비아 자이레 등 3개국, 중동은 이스라엘과 예멘 2개국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곳은 일본과 중국. 일본의 CDMA 사업자는 오사카를 서비스지역으로 하는 셀룰러 텔레폰그룹을 비롯한 3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장비 및 단말기 시장에서 우위를 보여왔지만 CDMA분야만큼은 한국의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등에 뒤진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업체들은 이 때문에 올들어 CDMA기술을 본격 개발, 아시아지역 및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선봉은 후지쯔와 NEC다. 후지쯔의 경우 교환기 기지국 단말기 일체를 제공하는 토털 공급자(서플라이어)가 된다는 전략이다. 우선은 아시아지역을 공략하고 여세를 몰아 PCS의 유력한 방식으로 CDMA가 부상하고 있는 미국시장에 상륙한다는 계획이다.

NEC 역시 내년중 상품화를 목표로 관련 부품, 시험용 측정기의 정비를 시작했고 미국과 일본 각각의 시장에 대응, 현지 개발 생산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밖에 마쓰시타 미쓰비씨 오키전기 도시바 등 내로라하는 거물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연편균 1백20%의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금세기말에는 이동전화 가입자가 무려 8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은 기존 전파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CDMA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등 4개 도시에 CDMA시스템을 도입, 시험 운용한 후 결과에 따라 상용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어서 엄청난 잠재시장을 둘러싼 한, 미, 일 3국이 일제히 군침을 삼키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삼성전자가 루슨트 모토롤러 노던텔레컴 등을 제치고 상하이시 CDMA 장비공급업체로 선정돼 한층 주목받는 지역이다. 인구 1천2백만의 거대도시인 상하이에는 이미 GSM방식의 이동전화가 서비스되고 있고 18만명의 가입자까지 확보되어 있어 CDMA와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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