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TV 주말드라마 「신데렐라」에는 재벌그룹 2세인 준석(김승우 분)이 등장, 영상사업단을 설립하고 케이블TV를 인수하는 한편 영화투자를 전략적으로 전개한다. 물론 드라마의 초점은 혜진(황신혜 분), 혜원(이승연 분)자매의 갈등과 사랑에 맞춰져 있지만, 「대기업의 영화투자」라는 배경이 지난 5년간 활성화된 「대기업과 충무로 영화계의 동반시대」를 대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드라마의 핵심 줄거리는 아니지만 준석이 운영하는 영상사업단(대기업)의 영화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영화 제작자와의 끊임없는 접촉, 여배우 캐스팅에 대한 관여, 제작비 사용에 대한 감리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대기업의 투자영화에 대한 관리는 철저하다. 대기업들은 계약시에 판권은 물론 극장수익에 대해 최소 50%의 지분을 요구하며, 배급과 영업에 대한 권한까지 확보한다. 제작비 사용내역에 대한 감리도 철저한 편이다. 심할 경우 흥행성 보장을 위한 시나리오 수정까지 요구한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계약한 영화 제작자들은 단순 납품업자로 전락, 『대기업과의 계약은 곧 노비문서』라는 불만까지 내뱉을 정도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투자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실질적인 적자폭은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창업투자사(창투사)들의 계약조건은 제작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다. 영화사 對 창투사의 극장수익 지분율이 7대4 또는 6대4이며, 제작비 사용에 대한 감리도 없다. 이는 창투사들이 감독과 제작자를 믿고 현금투자를 보장할 뿐 제작과정을 감시, 관리할 인력과 여력이 없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창투사와의 계약을 원하는 감독 및 제작사가 늘어났고, 이같은 추세와 맞물려 지난해에만 10여개의 창투사가 약 1백억원대를 투자하는 등 절정을 이뤘다. 지난 95년 말 「은행나무 침대」에 장은창투와 공동으로 약 24억원을 투자해 흑자를 냄으로써 창투사들의 영화투자에 대한 물꼬를 튼 일신창투를 비롯, 장은창투가 「은행나무침대」와 「피아노맨」에 총 20억여원을, 동양창투가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와 「깊은 슬픔」에 총 9억여원을, 신풍창투가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에 12억원을 투자했다. 이외에도 정확한 투자액수의 공개를 꺼리고는 있지만 기은개발금융이 「용병이반」에, 대우창투가 「파트너」에 각각 10억원 내외의 제작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창투사의 영화투자 담당자는 『우리가 투자했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사전테스트 없이 곧바로 촬영을 진행하는 스타일이어서 필름소비가 많았던 데다 예정에 없던 야외로케(1회 평균 4백만원 규모)를 강행하는 등 추가투자분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이를 제재할 수 없었다』며 『과학적이지 못한 제작방식 때문에 늘어나는 추가경비부담과 영화배급시장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흥행에도 참패,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창투사의 관리력 부재로 말미암아 단 한 푼의 수익금도 회수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일신창투와 한림종합투자는 지난해 각각 7억원과 2억원씩을 영화 「본투킬」(제작 순필름)에 투자했으나, 아직까지 이 영화의 총수익금으로 알려진 24억여원에 대한 투자지분만큼의 수익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수익금 회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듯 흥행실패에 따른 적자 및 수익금 환수에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창투사들이 영화투자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4편의 영화에 30억원 가까이 투자했고 앞으로 9편의 영화에 계속 투자할 계획인 일신창투, 현재 제작중인 「영웅의 이름으로」에 6억원을 조건부로 대출한 한국기술금융 2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창투사들이 영화투자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창투사들이 영화에 손을 댄 것은 「흥행에 성공할 경우 적은 투자로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데다 자금회수기간이 3∼4개월에 불과하다」는 매력 때문이었다.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서 특정사업에 투자하고 그 이익금을 다시 투자자들에게 배당해주는 금융회사인 창투사로서는 짧은 자금회수기간이 큰 장점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나 창투사들은 제작에 대한 관리력 부재로 말미암아 흑자는 커녕 투자지분만큼의 수익환수조차 어려워지자 서둘러 영화투자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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