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97년 상반기 전자산업 결산.. 부품

<일반부품>

일반부품업계는 연초 노동법개정 파문과 한보사태로 이어진 일련의 돌발 악재와 총체적 경기하강 분위기로 부진한 출발을 보였으나 1, Mbps분기 말부터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 상반기의 전반적인 실질체감 경기는 당초 우려치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DMA이동전화, 시티폰 등을 필두로 한 통신부품 전문업체들과 통신비중이 높은 중견업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에따라 KMW, 쌍신전기, 액티패스, 동아일렉콤, 대덕전자, 삼성전기 등 관련업체들의 상반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0%를 훨씬 웃도는 호조를 보였다.

반면 TV, VCR 등 가전비중이 높은 부품업체들은 내수경기 침체를 비롯해 멕시코산 저가 「소니TV」의 대거 유입에 따른 국산 컬러TV의 판매부진, 독립국가연합(CIS) 등 주력 해외시장에서의 잇따른 참패, 가전업계의 해외생산 및 부품 글로벌소싱 등의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크게 고전해 대조를 이뤘다.

이같은 상황은 가전3사 계열 종합부품3사의 실적에서도 여실히 증명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다층PCB(MLB) 등 효자품목의 선전을 등에 업은 삼성전기가 통신부품으로의 구조 조정에 성공, 전년대비 22% 가량 성장한 약 8천9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러나 LG전자부품과 대우전자부품은 사업구조 조정이 다소 늦어져 신규품목이 제대로 매출증대에 기여하지 못한 데다 독자적 해외영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등 「캡티브숍」 판매의 한계를 드러내며 전년수준을 약간 웃도는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부진, 통신=호조」라는 등식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대체로 유지될 것이라는 게 부품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는 현재 국내 가전업계에 이렇다 할 호재가 없고 통신특수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新엔고가 얼마나 진전될 것인가가 최대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이 등식은 일반부품업계의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에도 업종별로 별 편차없이 적용되고 있다. 우선 PCB업계의 경우 삼성전기, 대덕전자, LG전자, 이수전자, 코리아써키트 등 컴퓨터, 통신기기에 주력 채용되는 MLB를 중심으로 직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대부분 평균 30% 이상의 매출증대를 실현한 반면 청주전자, 새한전자, 백산전자 등 단면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고전했다. 업계는 여름철 비수기로 인해 주력품목인 MLB수요가 이달부터 다소 주춤하고는 있으나 PCS로 이어지는 통신특수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최대 MLB시장인 PC관련업체들이 크리스마스 등 겨울철 성수기에 대비해 부품구매를 8월말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도 고속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콘덴서업계의 경우 MLCC의 선전이 두드러졌던 삼성전기를 제외하고 그동안 꾸준한 매출신장의 버팀목이었던 컬러TV 생산이 부진, 대부분의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삼영전자, 삼화전기 등 전해콘덴서업체들의 경우 전년수준 유지에 급급했으며 백색가전 비중이 큰 AC콘덴서업체들도 한자리수 성장에 만족해야 할 형편이다.

대체로 콘덴서와 시장상황이 맞물려 돌아가는 저항기업계는 상황이 더욱 어려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비코, 한륙전자 등 저항기업체들은 최대시장인 컬러TV의 부진에다 대만업체들의 저가공세가 갈수록 심화돼 매출이 전년대비 10% 가량 줄어드는 부진을 보였다. 저항기업계는 특히 하반기에도 상황반전의 기대감이 낮아 당초 매출목표를 10∼20% 가량 축소조정할 계획이다.

트랜스포머업계 역시 국내 가전업체들의 내수 및 수출부진과 해외 생산라인이전 가속화 등으로 고전, 국내 세트업체의 해외공장 이전과 직수출로 활로모색에 나섰으나 성과는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동아일렉콤 및 동한전자, 보만전자, 동진전원 등 통신용 SMPS업체들은 PCS 등 이동통신 특수로 활기를 띠었다.

커넥터업계는 정보통신, 자동차 등 주력시장에 따라 명암이 확연하게 갈렸다. 우선 한국AMP, 한국단자 등 자동차용 커넥터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올초 자동차업계의 파업 및 조업단축으로 1, 2월에 크게 위축됐다가 3∼5월 다소 호전되는 듯 싶었으나 자동차 내수부진으로 소강상태를 맞으며 목표대비 85∼90%의 매출 달성에 그쳤다.

반면 히로세코리아, 한국버그전자 등 정보통신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전년대비 20% 이상의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커넥터업체 관계자들은 하반기에도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 대부분의 업체들이 노트북컴퓨터, 정보통신 등 성장 시장에 대한 공략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지업계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올 상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에 그쳐 당초 매출목표에는 다소 못미치는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로케트전기는 목표액의 90% 가량을 달성하는데 머물렀고 에너자이저코리아와 듀라셀코리아 등 국내 알칼라인건전지 시장에서 각각 23∼24%, 7∼8%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외국 업체들도 매출은 늘었으나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대부분의 부품업체들도 가전의 침체와 정보통신의 부상이라는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주력시장과 주력업체에 따라 체감경기가 뚜렷하게 달라졌으며 이에따라 국내 부품업계는 이제 전반적인 경기를 한마디로 총칭할 수 없는 복잡한 구도가 심화되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부품업계관계자들은 『하반기에는 위성과외 실시 등에 따른 소형TV의 일시적인 특수와 DVD의 증장, 新엔고 등에 따른 가전의 회복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지만, 이제 가전에 의존해선 성장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며 『정보통신쪽으로 주력시장을 완전히 전환하든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해외 직수출에 사활을 걸든지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도체>

올 상반기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업계는 세계시장의 경기위축과 가격하락에 따른 고통의 나날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가시화된 이같은 현상은 올들어 정점을 이루면서 관련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져왔다.

반도체의 경우 주력제품인 16MD램 가격이 작년 초의 4분의1 수준인 개당 10달러를 밑돌면서 반도체 3사의 채산성 악화는 물론 국내 수출산업 전반에 먹구름을 가져오는 악재로 작용했다.

전자산업진흥회가 최근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14% 감소한 88억7천7백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조립을 제외한 소자 수출은 상황이 훨씬 좋지 않아 무려 40%나 줄어든 45억8천3백만달러로 조사됐다.

국내 판매도 감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내수판매는 전년동기보다 9.2% 감소한 3천9백6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에따라 국내 반도체 총생산도 전년동기보다 11.7% 줄어든 8조9백70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그 가운데서도 2, Mbps분기 이후 수출회복세 조짐은 눈여겨볼 만하다. 1, Mbps분기 줄곧 전년보다 40%가 훨씬 넘는 감소세를 보여온 반도체수출은 2, Mbps분기 접어들면서 조금씩 회복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이는 반도체3사가 일본업체와 공동으로 감산에 들어가 16MD램의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든 데다 64MD램 시장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16MD램의 대형거래선 수출가격은 올 1, 2월이 8달러선이고 3, 4월이 9달러선으로 소폭 상향 조정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월 평균 5백만개 이상의 수요를 형성하며 신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64MD램은 개당 45달러를 호가하는 고수익제품으로 삼성을 중심으로 국내 반도체수출 확대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하반기에는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전자산업진흥회는 올 하반기에는 오히려 작년 동기보다 27% 늘어난 95억9천8백만달러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조립을 제외한 소자는 무려 44.3%나 증가한 64억7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MMX칩 등의 신제품 출시와 함께 PC가격하락으로 인한 메모리수요 확대 및 64MD램 시장이 빠르게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에 힘입어 97년 반도체 총 수출은 전년보다 3.5% 늘어난 1백80억4천7백만달러에 이르고 소자수출은 9.6% 줄어든 1백10억5천3백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진흥회측은 점치고 있다.

반도체3사의 매출은 하반기 수출이 예상대로 순조로울 경우 삼성전자 55조원, LG반도체 2조8천억원, 현대전자 2조7천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들어 두드러진 D램가격 하락세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에게 비메모리사업 전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케 했다. 이에따라 상반기에만도 삼성이 알파칩과 임베디드 메모리사업 본격화를 위한 조직정비를 마쳤고 LG반도체 역시 자바칩과 MPACT칩 등 미디어프로세서사업에 진입했다. 또 아남산업이 DSP생산을 위한 공장준공을 마치고 하반기부터 본격생산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97년은 국내 비메모리산업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은 상반기동안 전통적인 강세를 보였던 브라운관이 약세로 돌아서고 약세를 보였던 액정디스플레이(LCD)가 강세로 반전되는 대조를 보였다.

상반기 국내 브라운관 총매출은 1조7천7백1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1조6천8백16억원에 비해 5.4%의 미미한 신장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브라운관의 저조한 매출신장은 수출에도 영향을 미쳐 직수출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보다 5% 이상 감소했으나 로컬수출의 소폭 증가로 총수출액의 감소를 막아낸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운관이 숨가쁜 고난의 행진을 하는 동안 LCD는 그야말로 일대 획을 긋는 금자탑을 쌓았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TN, STN LCD는 상반기동안 총매출액이 1천1백1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4.4% 증가에 그쳤으나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박막트랜지스터(TFT) LCD는 지난해 9백8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올해는 무려 4천8백18억원으로 뛰어 5백%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TFT LCD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매출증가가 매우 두드러진 데다 현대전자도 가세함으로써 이같은 결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TN, STN 수출은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삼성전관 이외에는 현대전자, 오리온전기, 한국전자 등이 모두 90% 이상을 내수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기여도는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TFT LCD는 현대전자가 1백%, 삼성전자와 LG전자도 90% 이상을 수출하고 있어 매출증가가 곧 수출확대로 직결되고 있다.

브라운관의 핵심부품인 유리벌브의 경우 삼성코닝, 한국전기초자 양사가 지난해 상반기에 3천5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이보다 17.1%가 늘어난 4천1백억원을 달성했다. 유리벌브의 안정적인 성장세는 양사가 대부분 내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컬러TV와 모니터의 로컬수출용 내수가 꾸준한 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브라운관의 해외 직수출이 다소 숨통이 트여 상반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신장세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TN, STN LCD와 유리벌브는 지속적인 안정성장을 계속하고 TFT LCD도 상반기에는 못미치지만 큰 폭의 성장을 거둘 전망이어서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이 예년에는 미치치 못하지만 전반적인 호조국면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비중이 높은 브라운관이 하반기에는 계절특수로 상반기 대비 20%에 가까운 신장률을 보일 전망인 데다 TFT LCD의 절대적인 금액과 비중이 높아져 브라운관의 성장지체를 보완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부품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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