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97년 상반기 전자산업 결산.. 정보통신

올 상반기 국내 정보통신 시장은 분야별로 명암을 달리했다.

전반적인 경기불황으로 네트워크나 시스템통합 분야가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동통신 서비스 및 단말기 시장은 디지털 이동통신 서비스나 시티폰 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의 도입 확산으로 호황을 누렸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부가 국제전화, 시외전화 등의 분야에서 신규 기간통신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함에 따라 통신서비스 시장의 경쟁구도를 더욱 확고하게 굳혔다.

그러나 통신서비스 중에서도 무선호출 분야는 가입자의 포화로 신규 수요창출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인터넷이나 PC통신 등 온라인 서비스 시장도 매출증가 추세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렸다. 특히 온라인 서비스 분야에선 콘텐트 부족이나 고속회선의 부족현상이 심화되기도 했다.

◇통신서비스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은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명실상부한 전면경쟁체제로 재편됐다.

정통부는 지난해 27개의 신규 기간통신 사업자를 허가한 데 이어 지난 6월 중순 시내전화사업을 포함해 5개 분야, 10개 사업자를 추가로 허가함으로써 내년의 통신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시장의 경쟁체제 구축을 완결지은 것이다.

이번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에는 데이콤이 대주주인 하나로통신이 제2시내전화 사업자로 선정된 것 외에 지난해 국제전화 사업자로 선정된 온세통신이 시외전화사업을 추가로 허가받았으며 부산, 경남지역 무선호출 사업자로 세정이 주도한 부경이동통신이 선정됐다.

또한 대전, 충남지역 주파수공용통신(TRS)사업은 한국야쿠르트 주도의 충남TRS가, 전북, 강원지역 TRS사업권은 각각 전북이동통신과 강원텔레콤이 획득함으로써 TRS서비스도 전국적인 복수경쟁체제가 마련됐다. 전기통신회선설비 임대사업 분야에는 드림라인(대주주 제일제당)과 한국전파기지국관리가 각각 국내사업권을 획득했고 온세통신이 국제사업권을 얻었다.

올해 상반기 통신시장에 새로 등장한 서비스는 시티폰으로 3월 20일 서울지역에서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사업구역을 전국적으로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서비스 개시 3개월이 지난 현재 전국사업자인 한국통신과 지역사업자들을 합쳐 29만여명이 가입해 성공도 실패도 아닌 「적당한」 가입자 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시티폰 서비스의 등장은 올해 말부터 개인휴대통신(PCS) 서비스가 상용화될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보행자 위주의 저속이동(Low Mobility)전화의 성공가능성을 타진하는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동통신의 대중화를 촉발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도 시내전화를 제외한 모든 통신서비스에 대한 요금자율화 정책이 발표됨으로써 전반적으로 상반기의 국내 통신시장은 개방화, 자유화를 향한 통신정책이 완결된 것이 특징이다.

◇통신단말기

올 상반기중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활황세를 기록했다.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 가운데 대표주자격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디지털 이동전화 단말기는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한 반면 보편적인 이동통신 서비스로 자리잡은 무선호출기(삐삐)는 「평년작 수준」이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CDMA방식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가입자가 1년을 갓 넘은 시점에서 「2백만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등 국내 이동통신기기의 대표주자로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올해 디지털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4백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내수시장 규모도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시장의 초호황세에 힘입어 해외수출 시장 전망도 매우 밝은 편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이 미국, 홍콩 등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올해에만 10억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수출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시된다.

삐삐의 경우 국내 시장은 지난해와 달리 가입자가 1천3백만명을 넘어섬에 따라 시장포화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지역의 신규 사업자인 해피텔레콤의 출연으로 기존 삐삐사업자들이 할판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못함에 따라 시장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삐삐 신규 가입자는 1백만명 미만에 그치는 등 대체시장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때문에 사업포기 업체도 속출하는 등 근래에 보기드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달께 선보일 고속삐삐 상용서비스가 신규 수요를 부추길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반면 수출면에서는 그간 축적한 노하우에 힘입어 연초부터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수출이 활기를 띠었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삐삐시장의 주도권이 대기업에서 중소업체로 개편되고 수출도 이들 업체에 의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온라인 사업

올 상반기 온라인 서비스 분야는 지난해 인터넷 바람에 힘입은 성장곡선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지난해 말 1백75만명이었던 PC통신 가입자 수는 올 상반기 2백40만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약 37%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가입자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규모는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사업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불황에다 동영상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 이용자들을 붙잡아놓을 새로운 서비스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짐에 따라 가입자 유치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또 지난해의 인터넷 세례를 이어갈 만큼 서비스 변신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도 매출증가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와 함께 기대를 모았던 56kbps나 ISDN 등의 고속서비스 보급도 표준이나 안정성 등의 문제 때문에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콤, 한국PC통신, 나우콤, 삼성SDS 등 PC통신 업체들은 당초 목표보다 매출목표를 낮춰잡고 다양한 할인혜택을 계획하는 등 대책마련에 적극 나섰다.

하반기에는 SK텔레콤이 새로 출사표를 던져놓고 있는데다 LG그룹 역시 올해 안에 시범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어서 이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또 데이콤, 한국PC통신, 삼성SDS, 나우콤 등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하반기에 보다 쉬운 인터넷 이용을 지원하는 새로운 에뮬레이터 출시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시장성장에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불황, 웹콘텐트의 부족, 고속회선의 보급 지연 등이 여전히 PC통신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따르면 기업가입자의 경우 목표치에 근접하는 실적을 거두고 있으나 개인가입자 증가는 비교적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ISP들은 광고를 통한 무료서비스 제공에 나서는 등 다양한 변신전략을 꾀하고 있다.

또 한국통신, 데이콤, 아이네트 등 비교적 규모가 큰 ISP들은 NSP사업과 망확장사업에 보다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VPN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의 보급이 늦어짐에 따라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광고 등 다양한 부가사업이 활성화되고 인터넷폰, VPN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스템통합

지난 몇년 동안 35∼40%의 급성장 가도를 달리던 시스템통합(SI) 분야는 올해 상반기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민간경기 위축과 신규 대형 공공프로젝트의 부족, 신생 SI업체들의 급증 등이 상반기 SI업체의 발목을 잡았다.

민간기업들이 경기부진 등을 이유로 전산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를 유보함에 따라 SI업체들은 자연스럽게 공공분야를 공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중에는 의료보험 전산망, 증권예탁원 신증권시스템, 조달 EDI, 체신금융망 등 몇가지 프로젝트를 제외하곤 특별히 관심을 끌만한 프로젝트가 없었다.

특히 공공프로젝트 발주건수 자체도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아 SI업체간 과열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요인 때문에 국내 SI업체들의 상반기 실적은 기대치에 다소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SDS, LG­EDS시스템, 현대정보기술 등 대형 SI업체들은 수주건수면에서 지난해에 못미치거나 지난해 말 책정한 올 상반기 매출목표에 미달했다. 이에 따라 주요 SI업체들의 상반기 매출실적도 10∼20% 정도 성장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반기 다소 주춤했던 SI시장은 하반기에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전산화 프로젝트 발주량 증가로 다소 회복될 전망이나 예년과 같은 고도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정보통신망 관련 사업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1천3백억원 규모의 인천 국제공항 프로젝트의 88개 하부시스템 개발이 계획돼 있고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은 있으나 내무부, 교육부, 건설교통부, 국세청, 경찰청 등이 대형 공공프로젝트를 발주할 예정이다.

게다가 경기침체 탈출 및 경쟁력 확보의 수단으로 신기술과 새로운 컴퓨팅환경을 도입하려는 민간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고 민간경기도 다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하반기 SI시장 전망이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네트워크

올해 상반기 국내 네트워크 시장은 잇따른 경기침체와 불황의 여파로 업계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크 업계는 올해 네트워크 시장규모를 대략 6천억원선으로 잡아놓았다.

이 기대치대로라면 상반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네트워크 시장은 최소한 2천5백억원 규모를 형성해야 하나 업계 추산에 따르면 시장규모는 크게 잡아야 2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대기업들의 부도사태와 기가비트이더넷에 대한 대기수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네트워크 신규 수요를 주도했던 공공기관 물량이 대거 취소 또는 연기된 것도 이에 한몫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경제 전반에 걸친 한파는 기업들의 네트워크 수요를 대폭 감소시켰다. 특히 대기업들의 부도사태와 잇따른 경제위기설은 금융권의 자금공급을 위축시켜 중견기업들의 네트워크 신규 투자를 막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올해 초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던 기가비트이더넷 열기가 제품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답보상태를 보인 것도 목표달성을 더디게 만들었던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지난 2∼3개월 동안 대부분의 네트워크 업체들은 예상 목표치의 절반을 가까스로 넘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기가 점차 회복기미를 보이고 기가비트이더넷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3‘4분기부터는 해빙무드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침체됐던 네트워크 시장의 명맥을 그나마 유지했던 제품은 원격지접속(리모트액세스) 장비. 지금까지 약 3백억∼4백억원 규모의 물량이 계약됐거나 판매된 것으로 기록됐다. 이와 함께 라우팅기능을 탑재한 스위치도 꾸준하게 팔려나갔다.

하반기에 시장을 주도할 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기가비트이더넷 스위치다.

현재 5, 6개 업체들이 관련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 시장형성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POS시스템

POS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유통정보시스템 시장은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에 비해 올 들어 상당히 위축됐으며, 시장규모도 지난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성장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POS시스템 시장은 당초 유통시장 개방에 따른 유통업체들의 정보화사업이 가속화되고 할인점과 카테고리킬러점 등 신업태의 속출로 지난해에 이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고됐던 분야였다.

그러나 POS시스템의 최대 수요처인 중견 유통업체들이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부도와 부도설에 휘말리면서 신규 점포개설과 기존 점포들의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자연적으로 순연되거나 취소되는 등 시장상황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에 따라 1‘4분기 이후부터는 특정 유통업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수요가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유통업체들의 POS시스템 도입실적도 지난해 동기대비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서점이나 의류 등 전문점 위주의 POS시스템 도입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 전문점은 대고객 서비스 향상과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POS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서점의 경우 매장규모가 커지면서 수작업으로 재고, 매입, 매출, 지불관리 등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POS시스템 도입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한편 유통업체들이 경영혁신차원에서 DB마케팅기법을 점차 도입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POS를 기반으로한 유통정보시스템 시장은 데이터웨어 하우징시스템과 같은 대형시스템 시장으로 점차 이행돼 갈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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