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을 둘러싸고 정부부처간 의견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통산부와 한국전력은 케이블TV전송망이 곧 초고속망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통부와 한국통신은 케이블TV전송망은 통신망으로 쓸 수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통신망에 대한 기술적 논쟁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부처 이기주의와 끊임없는 자기증식을 추구하는 거대 공기업 간의 영역다툼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좀처럼 꺼질 줄 모르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방법에 대한 논란의 실체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통산부의 주장
「케이블TV망이 곧 초고속망」이라는 주장은 케이블TV 전송망사업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한국전력이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제기해 온 문제다.
이것이 정부부처간의 본격적인 정책 논쟁으로 확산된 것은 지난 5월 8일 통상산업부가 「규제개혁관련 추가발굴과제」에 「초고속정보통신망 조기구축방안」을 포함시키면서부터 촉발됐다. 통산부는 이 「방안」에서 초고속정보통신망을 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식대로 구축하면 망구축에 32조원이 소요되는 반면 케이블TV망에서 채택하고 있는 광, 동축혼합방식(HFC)을 채택할 경우 약 4조원이 소요돼 28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2015년까지 초고속망을 구축할 경우 선진국과의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며 따라서 한국전력, 철도청, 도로공사 등에서 보유한 유휴자가통신설비를 적극 활용하고 전국 가구수의 70%에 달하는 지역에 설치돼 있는 케이블 TV전송망을 시내가입자망으로 활용하면 2000년대 초반에 전국적인 초고속정보통신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5년까지 45조원을 투자해 전국의 모든 가정을 광케이블로 연결한다는 정통부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방안에 대해 관계부처인 통산부가 공식적인 문제제기와 함께 획기적인 예산절감방안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통산부 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삼보컴퓨터와 한전의 합작회사로 회선임대사업자인 두루넷(대표 이용태)이 최근 관계기관에 제출한 「HFC방식 케이블TV망의 쌍방향통신」, 「선진국조기진입을 위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안」등의 보고서에 자세하게 드러난다.
두루넷은 이 보고서에서 광, 동축혼합방식(HFC)의 케이블TV전송망과 디지털광케이블TV(SWAN-Ⅱ), 디지털가입자선로(xDSL), 디역다지점분배시스템(LMDS)등 가입자망 전송방식들을 비교하면서 경제성과 기술성 측면에서 HFC가 초고속망을 구축하는데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두루넷은 2015년경의 전화회선 수를 3천3백만 회선으로 예상하고 이를 HFC망으로 구축할 경우 회선당 12만7천2백원씩 총 5조6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는 정부의 초고속 가입자망 소요예산 32조원의 17.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통산부의 문제제기에 대해 재경원 경제정책국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구축된 설비를 전혀 배제하고 초고속망을 구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케이블TV 전송망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면 통산부 방안에 일리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경원이 최근 관계기관에 배포한 「케이블TV망을 정보통신망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따르면 『완전한 쌍방향 통신을 위해서는 디지털 광통신망을 설치해야 하지만 인터넷, 원격교육, 주문형비디오 등 하향정보가 대부분인 서비스의 경우 케이블TV 전송망을 활용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결론짓고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원격교육, 인터넷 이용시 매월 정액요금제를 실시할 경우 요금부담없이 정보화 확산이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재경원은 또한 케이블TV망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지역의 전송망은 쌍방향통신이 가능하도록 전송망 설비기준을 제정하고 △기존 지역의 경우 쌍방향통신이 가능토록 설비투자하는 경우 투자준비금의 손금산입을 인정하고 회사채 발행요건을 완화하는 등 금융 및 세제지원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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