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성장기로에 선 美 컴팩

컴팩이 최근 성장가도에서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96년까지 세계 PC시장 3년패 위업을 달성한 데다 올들어서도 1, 4분기 수익이 작년동기비 66%가 증가하는 등 여전히 기염을 토하고 있는 이 회사는 오는 2000년엔 올해 2배인 4백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란 자신감에 차 있기도 하다.

PC시장 3연패 기염 그러나 이렇게 화려한 성장 이면에서 컴팩은 두 가지 새로운 사업방향 설정을 놓고 내부적으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하나는 델컴퓨터나 게이트웨이2000처럼 직판체제로의 전환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체계 개선이고 또 하나는 단순 하드웨어 판매가 아닌, 서비스 및 지원체제 강화를 통해 종합 정보기술(IT)업체로서의 면모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이를 위한 행로가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이다.

컴팩의 새로운 사업전략을 위한 노력은 지난 몇 개월간 추진해온 일련의 물밑작업에서 잘 나타난다.

관련업체들과의 합병소문이 그것이었는데 현지 언론들이 전한 이들 소식은 컴팩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아니고 해당업체들도 부인한 얘기이기는 하지만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설득력을 더해 주었다.

즉, 지난 4월에는 미국 3위의 PC직판업체인 마이크론일렉트로닉스와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5월에는 역시 2위 직판업체인 게이트웨이2000에 대한 인수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또 같은 달 유력한 경제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95년과 96년 사이 컴팩이 90억 달러에 디지털이퀴프먼트를 인수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이들 협상은 모두 물거품으로 끝났지만 컴팩이 이같이 다른 업체들을, 그것도 디지털과 같이 덩치가 큰 기업까지 품안에 끌어들이려고 했던 것은 기존 체제로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시장환경의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먼저 기업 컴퓨팅시장을 보자. 급속한 네트워킹 물결을 타고 있는 기업들이 더욱 저렴한 비용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복잡해진 네트워크를 잘 관리해주는 지원체제를 점차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컴팩으로서는 제품성능이 좋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장점만으론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됐다.

또 과거와 같이 딜러나 VAR 등에 의존한 공급방식으로는 아무리 가격경쟁력을 갖추더라도 단순히 여기에 승부를 걸 수는 없다는 것이 컴팩의 판단이다.

디지털등 인수 추진 기업의 복잡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시스템 유지관리에 대한 지원능력은 PC업체들에게 경쟁력의 또다른 관건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컴팩은 중간 유통단계를 줄인 직판방식을 통해 종합적인 시스템 공급 및 지원체제를 갖춤으로써 시장환경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고, 여기서 게이트웨이나 마이크론 등 관련업체들을 인수, 이들의 경험을 이용하려 한 것이다. 미 「포천」誌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현재 미국 최대 PC직판업체인 델컴퓨터의 경우 컴팩보다 재고 보유기간이 70일 이상 짧고 리셀러와 같은 중간 유통상이 없기 때문에 제품의 총 제조비용에서 12% 정도 우위에 있다.

델은 특히 기업고객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직판방식에 힘입어 미국 PC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함께 컴팩의 디지털 인수제의는 서비스 및 지원체제 보강의 일환으로 설명될 수 있다.

서비스인력의 부족으로 다른 서비스업체와 재계약을 맺고 있는 실정인 컴팩으로서는 2천3백여명의 잘 훈련된 지원팀을 갖추고 있는 디지털이 상당한 매력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당시 디지털의 부진한 경영실적은 컴팩에게 합병의 좋은 구실을 제공할 수도 있었다.

아무튼 결국 무산된 협상이지만 그동안 딜러를 통한 판매에만 주력해 왔던 컴팩으로서는 성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다.

물론 델의 직판돌풍에 위협을 느끼기는 컴팩뿐만 아니다. IBM이나 휴렛패커드 등 탄탄한 대기업도 기업용시장에서 델의 급성장을 견제하고 있다.

주문 생산방식 추구 그러나 이들 업체가 컴팩과 다른 것은 기업 네트워크환경에 대해 확실한 서비스와 지원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이는 아직 PC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부문에서 취약점을 안고 있는 컴팩이 지원력 보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와 관련해 컴팩은 최근 2천여명의 판매 및 지원인력을 신규채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PC재고량을 대폭 줄이기 위해 시장예측에 의존하기보다는 유통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은 직후 생산하는 방식을 택하고 유통업체의 가격마진도 낮출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미국 컴퓨터시장의 심각한 서비스 인력난은 컴팩의 인력확보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게다가 컴팩의 직판방식 추진은 기존 리셀러 등 유통업체들의 신경을 건드려 놓을 수도 있다. 유통업체들은 컴팩이 자신들과의 관계를 청산하거나 약화시킨다면 당장 컴팩의 소매점을 통한 판매를 의도적으로 거부할 수도 있음을 공공연히 내비친다.

그동안 고객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었던 컴팩이 직판고객의 확보과 함께 고객 지원체제를 갖추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2000년 4백억 달러 매출목표 달성에 어떤 시련을 겪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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