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86)

독수리.

작은 형태이었지만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6번 보조로켓의 독수리 형상. 은옥은 그 독수리의 형상을 발사 전까지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발사후 보조로켓이 분리되지 않는 사고가 확인된 후에는 더욱 강력하게 그 독수리의 형상이 떠오르곤 했었다.

1호 위성이 제 높이에 오르지 못하고, 그 수명이 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사고가 확인된 이상 그 책임은 발사를 맡은 MDC사에 있었다. 은옥은 MDC사로 항의서한을 발송했다.

①귀사는 1호 위성 발사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2호 위성 발사스케줄에 최우선권을 부여할 것.

②사고조사에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 및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가 고용한 컨설턴트를 아무런 제약 없이 참여시킬 것.

③사고에 관련된 일체의 외부 발표는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의 사전허락을 받을 것.

1호 위성의 발사를 담당했던 MDC사에서는 즉시 은옥의 요구사항을 수락하겠다는 답신과 함께 사고조사위원회를 조직하겠다고 알려왔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즉각 구성되었다. 하지만 그 구성원에는 1호 위성의 주인인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의 관계자는 하나도 없었다. NASA, 미국 공군, 미국 공군기술자문기관 등 여러 기관이 포함되어 있지만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의 관련자는 제외되어 있었다.

군사비밀.

그 이유는 위성과 로켓의 발사기술이 미국의 군사비밀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은옥은 당시에도 나라의 힘을 느꼈다. 누구의 위성인가. 누가 주인인가. 하지만 미국의 MDC사에서는 미국 군사기밀에 속하는 미사일 기술이 중점적으로 검토될 것이므로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은옥은 강력히 항의했다. 아무리 국가비밀일지라도 사고에 대한 해명을 위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그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이 어떻게 나오든지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력히 항의하였다. 그 결과 은옥도 함께 참가하게 되었던 것이다.

MDC사에서는 즉시 사고와 관련되는 일체의 서류와 발사당일 촬영한 모든 사진 및 발사체로부터 송신된 모든 데이터를 동결시키고 이의 수집 분석을 시작했다. 은옥은 우선 오랫동안 NASA에서 일한 두 명의 엔지니어를 할당해줄 것을 요구해 MDC사로부터 승인을 받고, 이들과 함께 조사활동을 벌였다. 사고와 연관될 수 있는 케이스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질문서를 작성, 이에 대한 조속한 답변을 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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