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통상외교에 중점 두어야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환경특별총회에 참석하고 멕시코를 방문하기 위해 22일 출국했다. 김대통령은 세계 60여개국 정상들을 비롯한 각국 정부대표들이 참석하는 이번 유엔 특별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환경문제에 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6개국 정상들과도 뉴욕에서 일련의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특히 이들 정상중 미국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일본 총리, 프랑스 대통령, 이탈리아 총리 등은 지난 20일부터 3일간 덴버에서 개최된 서방 8개국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에 만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세디요 멕시코 대통령의 작년 11월 방한에 대한 답방형식으로 이루어 지는 김대통령의 멕시코 방문에서는 양국간 협력증진방안이 협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의 이번 유엔 및 멕시코 방문은 정치, 외교, 안보를 포함한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김 대통령의 이번 미주방문 활동에서는 무엇보다도 경제 및 통상외교에 더 역점을 둘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선 미국과의 통상관계에 있어서 대미무역적자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대미 무역적자는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이미 52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컬러TV, 반도체 등 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불공정 대우를 하는 한편 국내시장 개방압력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원가절감, 품질향상, 직접투자 등의 노력이 있어야 겠지만 정부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또 멕시코는 중남미뿐 아니라 남북미주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다. 작년 우리나라는 멕시코와 16억달러 상당의 교역을 이룩해 7억8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현재 50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그중에서도 삼성, LG, 대우를 비롯한 전자업체들은 멕시코 및 브라질에 복합가전단지를 조성하고 이 지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2,3년 전부터 해외생산체제를 구축한 이들 전자업체들은 이제 그동안의 투자에서 벗어나 수익창출로 경영의 초점을 옮기는 제2단계 해외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특히 대우전자는 지난달 멕시코시티 인근에 중남미 본사를 설립하고 연구개발에서 생산, 판매, 서비스에 이르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총괄마케팅체제를 구축했다. 이밖에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지역은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우리의 유망한 수출시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중남미 지역을 포함한 대부분의 해외 전자 생산법인들은 아직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은 이들 공장이 불과 몇 년전부터 가동하기 시작해 아직 1백% 정상 가동하는 곳이 많지 않은 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현지 원부자재 조달, 인력운영, 마케팅 등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구나 진출지역 경영환경의 정확한 파악 및 그에 대한 적절한 전략과 해외 경영능력의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전자업체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가전3사들은 최근 해외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채용하는 부품을 공용화하고 그 수를 줄이는 등 다양한 원가절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처럼 전자업체들은 경영의 세계화를 위한 제2단계 해외 경영시대를 맞고 있다. 따라서 정부도 이제 그에 걸맞는 대외통상 및 현지 진출업체 지원정책을 수립,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부의 외교정책과 자세를 통상외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진출기업의 의견도 수렴해야 할 것이다.

이제 대외 통상은 관련부처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각국 정부는 국가 원수에서 말단 관리에 이르기까지 통상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는 각국 고위관리들이 방한시 또는 각종 외교무대에서 한결같이 이같은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보아 왔다.

이런 점에서 김 대통령의 이번 미주 방문이 정부의 통상외교 및 현지 국내업체에 대한 정책지원을 강화하는 획기적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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