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대중문화의 첨병

세계 최초의 전자오락게임은 미국의 원자탄 개발계획 「맨해턴 프로젝트」 팀에서 전자부문 주임을 맡았던 윌리 비긴보섬 박사가 1958년 개발한 것이다. 비긴보섬 박사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절망한 나머지 5인치 크기의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한 테니스 게임을 만들었다.

흔히 전자게임의 효시로 알려진 「스페이스 워」는 1962년 매사추세츠공대 학생 스티브 러셀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엄밀하게 말하면 그것은 두번째 게임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게임에 판권이 없었다. 무료 사용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게임을 상용화한 사람은 「게임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아타리사의 노런 부시넬이다. 그는 72년 한 번 하는 데 25센트를 내야 하는 최초의 상용게임 「컴퓨터 스페이스」를 개발했다. 아타리의 상용화가 성공을 거둔 이후 「게임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문화체육부가 지난달에 발표한 「96 문화산업시장 현황」에 따르면 게임시장은 지난 95년에 5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한 게임시장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극영화(2천28억원)나 음반(4천억원), 애니메이션(4천억원), 비디오(1천9백96억원)보다 커진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게임시장은 61조원으로 출판(69조원)에 이어 문화산업 분야중 두번째 거대산업으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최근들어 게임이 「21세기 대중문화의 첨병」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견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게임은 영화, 교육, 정보 영역 등으로 자기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콘텐트산업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외국제품이 국내 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다.

다행히 그동안 외산 판권료 인상을 부채질해 온 대기업들이 게임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대그룹 콘텐트 관련 계열사들은 외국게임의 판권을 대량으로 확보해 출시해온 관행에서 탈피해 직접 게임을 개발하거나 중소 게임제작사들과 제휴해 공동으로 게임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게임산업을 국가의 전략적인 문화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과감한 실행조치가 취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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