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통신산업의 세계화 전략

세계는 지금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산업사회에선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각국이 여러 구실로 규제정책을 펼쳐 선진국들의 개방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무역질서가 전면적인 개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 산업보호가 어렵게 되었음은 이미 경험하고 있는 바와 같다. 특히 거센 개방의 파고를 맞고 있고 새로운 구조 변혁기에 처해 있는 분야가 바로 정보통신산업이다. 정보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정보통신산업이 한 나라의 선도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데다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척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텔레콤97」은 바로 우리 정보통신산업이 처한 현재의 상황과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정보통신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은 앞으로 이를 개선시켜 국가경쟁력 확보로 이어나가기 위해 대단히 중요한 사인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국내업체들은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국산 디지털 이동전화시스템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집중적으로 홍보,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선진국 유명 통신업체들의 첨단기술 경연장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최의 전시회에서 국내기업이 개발한 정보통신 제품이 관심을 끌기는 1백년 통신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아텔레콤을 계기로 국내 정보통신분야를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고속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전세계 이동전화시장인만큼 선진국들이 우리나라의 이같은 독주를 바라만 보고 있을 리 만무다. 그들은 굴지의 기업간에 기술협력 및 전략적인 제휴방안을 마련, 한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올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이 분야에 보다 공격적인 기술개발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어렵게 확보한 이 분야의 시장에서 선진국들에 역전되는 상황이 전개될지 우려된다.

사실 우리 정보통신업계가 선진국시장을 공략하는 데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주요 타깃은 아시아지역이나 중남미, 동유럽권 지역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선 이들 지역에선 이 분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시장개척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전시활동과 홍보가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텔레컴에서 전시규모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전시 참가업체가 3개사에 불과해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역텔레콤 행사로선 유례없는 성황을 이룬 이번 아시아텔레콤에서 한국의 CDMA기술과 몇몇 통신서비스를 소개한 것을 제외하면 우리 정보통신업계가 세계화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에 비해 세계 정보통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 통신사업자들의 경우 이번 전시회가 지역행사임에도 국가관을 방불케 하는 대단위 부스를 마련하고 각종 정보통신 콘텐트 및 신기술을 집중 소개하는 등 아시아시장 공략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전시기간중에 선진 통신사업자간에 국경을 초월한 굵직한 제휴전략을 발표하는 등 우리보다 한발 앞서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또한 중국, 태국, 인도 등 통신분야에선 우리보다 한발 뒤진 후발국들의 참가업체수도 10여개사에 달한데다 전시기간중에 크고 작은 이벤트로 홍보에 열을 올린 점은 우리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배워야 할 점이다. 국내 정보통신업계는 이를 계기로 새로운 자세와 각오로 정보통신산업의 세계화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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