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1일자로 AV와 PC사업을 통합한 대표이사 직속의 「멀티미디어총괄」조직을 신설하고 멀티미디어 사업을 반도체에 이은 주력사업으로 육성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국내외 멀티미디어 기술 및 시장동향 등을 연구 분석하고 사업전략을 짜면서 삼성의 멀티미디어 사업가닥을 잡는 데 주역을 맡아온 「멀티미디 연구센터」는 폐지했다. 센터장도 회사를 떠났다.
삼성전자는 또 연말 조직개편 때 멀티미디어 총괄 조직을 대표이사 부사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멀티미디어본부」로 조정, 단위 책임사업부서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LG전자도 삼성전자에 이어 지난해 7월초 조직을 개편하면서 AV와 정보, 통신 분야의 5개 전략사업단위(SBU)를 통합, 「멀티미디어 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연말에는 TV사업을 디스플레이 사업본부로 이관하는 부분적인 사업조정을 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멀티미디어 사업부가 한결같이 회사 매출의 30%를 웃도는 중추적인 사업부서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멀티미디어사업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멀티미디어 사업본부가 가전제품(AV)과 컴퓨터, 통신기기, 그리고 관련 주변기기 등 거의 대부분이 기존 사업군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미래의 멀티미디어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예비조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또 지난 93년경부터 최고경영자들이 앞장서서 멀티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회사의 역량을 다가올 멀티미디어 시장에 대응하는 데 집중할 것임을 밝힌후 그동안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친 다음에 나타난 결과물에 해당한다.
이처럼 멀티미디어는 21세기에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엄청난 변혁을 예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실체도 분명치 않다. 이에 따라 기업마다 크고 작은 수업료를 물고 있으며 또 상대적으로 가전사업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잃기도 했다.
멀티미디어 상품이라고 가장 먼저 등장한 LG전자의 「CDI」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향후 진로마저 불투명하다는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정도다. 멀티미디어 게임기로 소개된 「3DO」의 경우는 아예 단종됐다. 주문형 비디오(VOD)도 한때 리딩3사와 현대전자 등이 본격적으로 멀티미디어 사업을 전개하는 것처럼 변죽만 울리다가 요즘은 잠잠해졌다. 미국에서조차 통신네트워크 기반이 미흡한 등 시장이 당초의 예상처럼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TV나 PC TV처럼 최근에 가전과 정보통신이 융합돼 등장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상품도 아직은 본격적인 사업화가 곤란한 상황이다. 인터넷 TV는 대우전자가 지난해 하반기에 프랑스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와 관련, 현지에서 문제삼았던 것 중 하나인 「기술력이 낮은 회사」라는 지적을 반증해보이기 위해 서둘러 발표했을 뿐이고 아직까지 상품화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인터넷TV를 내놓지 않고 관망중인데 관련규격이나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변할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리딩3사내 몇몇 임원들조차 『멀티미디어 허상을 쫓다가는 기존의 사업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멀티미디어 동향과 기술을 앞서 파악하고 확보하지 못하면 다가올 21세기 멀티미디어 시장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생존마저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때문에 고민을 더해주고 있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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