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자율경영

鄭文述 미래산업 사장

최근 한 일간지에서 발표한 앙케이트 조사결과 설문에 참여한 3천여명 가운데 무려 73%가 우리나라는 진정한 자본주의사회가 아니라고 응답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결론부터 말해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일을 자기 스스로 하는데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정체성 상실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속에서 우리는 정부가 무엇인가를 지도해 주고 지원해 주기를 기대해왔다. 그러다 보니 사업성공은 줄을 잘 서고 눈치를 잘 보는 능력에 좌우되기 일쑤였고 사업가는 자신의 판단과 능력 대신 「위에서 괜찮다니까」 또는 「남들이 하니까」식의 수동적 경영에 익숙해 졌다. 어느덧 우리는 이것을 「한국적 경영」 내지는 「한국적 자본주의」라 양해해왔고 결국 넘기 힘든 벽에 부닥친 오늘에서야 우리가 과연 그동안 자본주의를 해 왔는지 되묻게 된 것은 아닐까.

10여년 동안 벤처사업에 몸담아 온 입장에서 한가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믿을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에 나서서 기업을 상장시킬 만큼 성장한 것은 정부가 시켜서도 아니었고 남들을 따라해서도 아니었다. 스스로의 판단을 믿고 이 일에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가 지금의 작은 열매로 연결됐을 뿐이다.

「돈을 버는 것은 신의 영역이고 일을 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란 생각으로 일을 해왔고 일의 잘잘못은 정부나 남이 아니라 자신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단련시켜왔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벤처업계의 혹독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능동적 경영말고는 달리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율 경영의 풍토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도 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제도에 관한 한 「중소기업의 천국」이라 불릴 만하다. 수십, 수백가지의 중소기업 지원책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같은 지원책이 우리 중소기업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나는 차라리 어설픈 지원책보다는 난마처럼 얽혀 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중소기업 구제책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와 지원이란 이름 뒤에 숨어 있는 개입과 간섭, 그리고 규제 속에서 우리의 중소기업은 자생력을 잃은 채 숨이 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면 너무 과장된 주장일까.

이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고독하고 힘들지만 자신의 책임 아래 자유롭게 사업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 외부의 지원과 간섭을 동시에 받으며 타율적인 경영을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21세기의 정부는 곧 「시장(市場)」이라고 한다. 21세기의 경영은 모방과 추종이 아니라 창의와 자율의 몫이 된다고 한다. 21세기의 인재는 키워지고 길들여진 모범생이 아니라 스스로 큰 방목아가 되리라고 한다.

결국 21세기는 시장을 시장답게, 경영을 경영답게, 인재를 인재답게 그리고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하는 본뜻 찾기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이 알아서 자신의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또 그 결과에 스스로 책임지는 풍토가 정착될 때 「우리나라는 무슨 주의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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