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동부그룹 D램사업 참여에 기존 업계 논란

동부그룹의 D램사업 참여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이에 대한 「타당성 평가」가 반도체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동부의 D램시장 참여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반도체 경기하락과 대만업체들의 대대적인 시장 신규참여와 맞물려 찬반 양론으로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대의 기치를 높이고 있는 진영은 역시 기존 반도체 3사. 이들 3사 임원들은 한결같이 『굳이 하겠다는 업체를 말릴 수는 없지만 D램 경기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또 다른 대기업의 시장참여는 자칫 시장위축을 한층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3사 일각에서는 「무임승차」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기존 반도체 3사가 세계시장에서 10년 넘게 고생하며 길을 닦아 놓으니 이제와서 덤벼드는 형국이라는 주장이다. 일부업체는 「과잉투자로 인한 국내업체간 소모전이 우려된다」는 요지의 청원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하는 등 벌써부터 반대입장을 행동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긍정적인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반도체산업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오히려 동부와 같은 그룹사들의 참여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동부의 시장참여를 반기는 측의 주장이다.

『현재 세계 각국의 반도체업체 분포를 보면 미국 38개, 일본 29개, 대만 15개인 데 비해 한국은 6개 업체에 불과하다. 국제사회에 나가 우리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업체의 시장참여가 바람직하다.』(산업연구원 주대영 선임연구위원)

맹렬한 기세로 한국 추격에 나선 대만에 대한 견제효과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정 업체에 대한 수급 의존도를 일정 수준까지 높이지 않는 대형 수요업체들의 전략을 감안할 때 이미 세계 D램시장에서 업체별로 13∼17%의 점유율을 보이는 기존 반도체 3사의 시장확대 노력은 한계에 와 있는 형편이다. 어차피 대만으로 빼앗길 셰어를 또 다른 국내업체의 출현이 어느 정도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데이터퀘스트코리아 관계자)

기술력을 축적한 기존 반도체 3사는 향후 시스템 온 칩(SOC) 기술추세에 대응해 단순 D램보다는 고부가가치의 복합칩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다.

장비, 재료 등 주변산업을 고려할 때 능력있는 그룹사들의 반도체시장 신규참여는 한층 설득력을 지닌다.

반도체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에서 재료, 장비업체들이 고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데에는 내수 충당이 가능한 소자업체들의 넓은 저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동부그룹의 한 임원은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메모리시장은 향후에도 멀티미디어 및 통신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동부의 시장 진입시기인 2000년에 1천억달러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하고, 특히 자사의 주력제품이 과당경쟁 요소가 없는 2백56MD램이라는 점을 눈여겨 봐달라고 주문한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는 좀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동부그룹의 반도체시장 신규참여 문제에 대한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인 것 같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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