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위성은 최고의 첨단산업이다.
그만큼 기술도 특정 국가에서만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위성의 제작에 대하여 충분한 돈을 주고 제작을 의뢰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제작사에서는 은옥을 비롯한 한국의 위성 관계자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위성의 제조와 운용 중 핵심이 되는 분야에서는 기술 이전에 관한 협약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은옥은 위성체의 회전을 지시하는 패러미터를 입력시키며 위성의 제작감리와 운용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기술력이 없는 나라가 겪어야 하는 안타까움을 절실하게 느껴야 했던 것이다.
은옥을 비롯한 우리나라 관계자들이 필요한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제작을 맡은 회사의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그래도 비교적 최근의 위성 기술자료 등을 포함한 자료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자료를 볼 수는 있지만 복사를 하거나 원본을 확보할 수가 없었다. 열람은 할 수 있으나 복사를 금지하는 자료. 중요한 자료는 모두 복사를 금지하고 있었다. 위성제작 기술과 운용 기술이 몇 페이지 분량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진대 자료 제공은 물론 자료의 복사도 못하게 하는 것은 그 자료의 유출을 금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은옥은 같이 갔던 직원 하나가 필요한 자료의 확보를 위해 록히드 마틴사 직원의 눈을 피해 복사하다 발각된 사실을 떠올렸다. 위성의 운용에 꼭 필요한 자료였기에 몰래 복사를 시도한 것이었다. 불법복사 행위를 발견한 록히드 마틴사에서는 그 직원을 우리나라로 추방시키겠다고 강력히 위협했다. 결국 은옥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하고, 이와 같은 사태의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후 간신히 무마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후 상당한 기간 은옥을 비롯한 감리요원과 기술훈련요원의 도서관 출입이 금지되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기술을 갖지 못한 나라가 겪어야 했던 수모. 이후 도서관 자료관리 체계가 변경된 후에야 출입이 재개되긴 했지만 은옥은 기술이 갖는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은옥은 바꾼 커맨드의 패러미터를 입력시키고 마우스를 클릭했다. 이제 위성체는 임의의 위치에서 5도 아래로 회전하게 될 것이다.
『이 과장, 부관제소에서도 접수된 신호 없습니까?』
『아직 연락 없었습니다.』
『미세한 신호라도 수신되면 연락하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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