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로스트 하이웨이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로스트 하이웨이>는 상당히 난해한 영화다. 그로테스크한 영화를 즐기는 관객까지도 어리둥절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나 논리적인 해석이 불가능한 경우조차 감각적인 쾌감만은 충분히 만끽할 수 있게 한다는 데에 이 영화의 매력이 있다. 관객의 무의식에 충격을 가하는 영화다.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기법이다. <로스트하이웨이>는 이 기법을 교묘하고도 독창적으로 사용한다. 그리하여 이 영화에서 관객은 실제와 환상을 구분해낼 수 없다. 자세히 말해 프레드(빌 풀먼 분)가 피트가 되고, 르네(패트리샤 아퀘드 분)가 앨리스(1인 2역)가 되며, 에디가 딕 로렌츠가 되는 이 영화에서 어느 인물이 실재이고 어느 인물이 환상인지를 관객은 구분해낼 수 없다. 아울러 「얼굴에 백색 칠을 한 괴사나이」는 왜 등장하는지, 제목은 왜 「로스트 하이웨이」인지 그 의미를 알아내는 일이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비밀은 제목에 있다. 「로스트 하이웨이」는 고속도로를 무한 질주하다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분열되는 장면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섹스폰을 미친듯이 불어대는 장면과 숨가쁘게 성행위를 벌이는 장면 또한 이 로스트 하이웨이의 의미와 켤코 무관한 것이 아니다. 그가 섹스폰을 미친듯이 부는 까닭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피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그(정확히 말하면 그의 분신임)가 숨가쁘게 성행위하는까닭은 거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앨리스가 그에게 『너는 나를 가질수 없어!』라고 말하듯이 그는 거세현상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는 성행위를 할 수 없게되자 자신의 아내를 무참하게 살해(실제 일까?환상일까?)한 강박증 환자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프레드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방법으로 아내와 성행위하는 일이 어려워진 남자다.그는 동성애의 유혹 때문에 「여자와의 정상체위」를 잃어버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이 『딕 로렌츠는 죽었다!』는 말임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딕 로렌츠는 동성애를 갈구하는 프레드의 무의식이었다.그러나 프레드에게는 이성애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 또한 있었다. 괴사나이는 바로이러한 욕망의 분신이다. 따라서 『딕 로첸츠는 죽었다!』는 것은 동성애로 나아가려는 자신의 욕망을 없애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성애를 유지하고 싶은 욕망이 환상속에서 동성애를원하는 욕망을 제게한 것이다. 그러나 제거의 결과는 성불능으로 나타난다. 괴사나이가 마치죽음의 신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로스트 하이웨이>는 데이비드 린치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돼 있다. 프로이트의 환자를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재해석한 듯한 이 영화는 관객의 무의식을 강하게 자극할 것이다.

<채명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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