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정보통신 한상록 사장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대형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잇단 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컴퓨터 유통업체들은 요즘 제자리를 찾기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의 현실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 유통의 정상화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많은 중견 컴퓨터 유통업체들은 업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예전의 활기있는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들다. 91년 용산에 전자랜드가 들어섰을 때 세운상가의 업주들이 용산에 매장을 얻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히 달라진 모습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성장유망업종으로 각광받던 컴퓨터 유통업이 점차 퇴색되고 있는 듯하다. 『장사 잘되는냐』는 게 인사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소비자의 방문이 뜸하다는 얘기와 상가가 너무 조용하다는 게 대답이다.
컴퓨터 장사는 흔히 얘기하듯이 얼음을 먹고 사는 겨울 한철 장사다.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약 5개월 정도가 그런 대로 제품판매가 많은 성수기이고 나머지 7개월은 어떻게든 불황을 견뎌내야 하는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말 이후 올들어 2월의 부도여파로 성수기도 불황기로 바뀌어 버렸다.
지난 2월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부도로 용산의 많은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자 정보통신부장관이 상가의 어려운 실정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상가를 방문하고 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그 후 일부 업체들이 정통부의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자금운영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지원만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이 연구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임시방편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보다 전망있고 건실한 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이 해외시장개척에 앞장서고 있는 대만과 달리 재계 30위 이내의 대기업이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로서는 우리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기가 엄청나게 어렵다.
특히 히트제품을 만들어내기도 어렵고 급속한 기술발전에 힘입어 몇 개월되지 신제품이 출시되는 컴퓨터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중소기업형태로 운영되는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지속적인 지원없이는 자립기반 구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 최대의 컴퓨터 유통업체인 아도전자공업이 현대전자와 합작으로 국내에 진출하는 등 「원스톱 쇼핑」 환경의 외국 컴퓨터양판점이 국내로 몰려들면서 국내 중소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중소 컴퓨터 유통업체들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지속적인 자금지원과 함께 정부와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는 업체들의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끌만한 제품개발과 거품이 들어 가 있지 않은 가격전략이 필요하다. 또 이와 관련해 정부의 지속적인 행정관리와 관심도 시급하다 하겠다. 그래야 국내 컴퓨터 유통업체도 현재의 불황을 극복하고 정상궤도를 찾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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