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러시아, 해외 컴퓨터유통 전문가 대거 영입

러시아 국내의 컴퓨터 유통업체들이 외국의 컴퓨터 영업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러시아 제2 도시이며 서유럽에서 가장 가까운 상 페테르부르크의 컴퓨터 유통상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어 시장경제 전환 이후 5년여를 맞는 러시아 컴퓨터업계에 새로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페테르부르크 굴지의 컴퓨터 유통 전문업체인 페테로시브社는 최근 러시아계 미국인 2세인 세르지오 구차렌코씨를 공개모집 끝에 대표로 결정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얼마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에서 발행되는 유력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에 「러시아어를 하는 매니저를 사장으로 모시고자 합니다」라는 광고를 개제했다. 그 결과 마흔 명의 후보자가 몰려들었는데 이 가운데 엄정한 심사를 거쳐 프록트&갬블社 등의 매니저를 거친 구차렌코씨를 아예 회사를 대표하는 대표이사로 선정해 버린 것이다.

외국인을 러시아 국내 회사의 대표로 선출한 사례는 컴퓨터업계는 물론 러시아 경제계에서도 처음 있는 일로 상당히 과감한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페테로시브社 이외에 러시아의 대표적인 컴퓨터 유통업체 가운데 하나인 컴퓨터링크社도 오스트리아에서 경영 전문가를 영입했는가 하면 컴퓨터링크社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LVS社도 미국 오라클社의 영업담당 매니저를 책임자로 받아들여 앞으로 외국인 경영전문가 수입 사태가 점차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에서의 전자제품 유통은 소매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전자제품 유통업체들은 모스크바나 페테르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전국적으로 수십 개의 대형 상점을 운영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전자제품이 백화점에서 자리를 못잡는 이유는 백화점들이 높은 매장 사용료를 요구하는데다 백화점 관리체계가 아직 엉성해서 전자제품 유통업체들과 소비자들이 모두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소매 중심으로 이뤄지는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제품의 유통 경기가 올해도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전자 유통시장의 불경기는 투자가들의 투자 기피로 유통 전문업체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에도 원인이 있지만 전문적인 관리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근 컴퓨터 유통상가 내부의 분석이다.

이 지역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자체 분석으로는 이같은 「이상 현상」이 수년째 계속되는 것은 바로 관리 미숙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이 외국 출신의 매니지먼트 전문가를 수입하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페테로시브社의 올레그 티니코프 회장은 『우리는 앞으로 러시아 전역에서 50개의 대형 전자매장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15개는 페테르부르크에 개설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번에 영입한 미국계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제2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링크社가 부사장으로 영입한 오스트리아의 조르지 카카보스씨는 중국계 컴퓨터 기업인 아서社의 유럽 책임자로 있다가 러시아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미 오라클社에서 러시아 LVS社의 경영 담당 매니저로 영입된 미국인 여성 크리스티나 켈리씨는 미국과 유럽의 컴퓨터 기업들과의 제휴 업무를 관장하면서 회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컴퓨터 유통업계에 최근 영입된 인도네시아 출신의 로바르트 사르토이오씨는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러시아 굴지의 컴퓨터 기업 IBS社의 홍보담당 이사로 활약하고 있다.

한편, 보수적인 러시아에 미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경영 전문가들이 대표이사 등으로 영입되는 추세에 대해 「이같은 경향은 일시적이며 현재의 유통위기를 순간적으로 넘어보려는 일부 업체들의 해프닝」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컴퓨터를 위시한 전자제품 시장이 안정되고 소비패턴이 정착되면 외국인 경영전문가들의 수입 사태가 이내 수그러들 것이라는 일부의 전망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시장 성장과는 별도로 현지 전자업체들의 관리체계 정착은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외국 전문가들의 러시아 컴퓨터업계 지출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일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스크바=김종헌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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