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공작기계산업의 중요성

작금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나타내는 것이 무역수지 적자다.

지난해 2백6억달러에 이어 금년에도 5월 현재 90억달러를 넘어선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은 산업의 기반이 되는 자본재 무역역조다. 각종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집적회로 하나로 5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봤으며 공작기계도 이 품목 저 품목 다 따져 11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재산업은 무역적자 주범이요 나라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불효자란 오명을 벗을 길이 없는 것이다.

공작기계란 무엇인가. 쉽게 설명한다면 기계를 만드는 기계(기계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공작기계는 실생활에 쓰이는 소비재도 아니고 기간산업의 시설이나 건물처럼 일반인에게 드러나 보이는 것도 아니라 일반인의 눈에 익숙하지 못하고 친근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공작기계산업은 규모가 매우 작고 이 산업에 종사하는 인원도 얼마 되지 않는 소규모 산업이다. 국내 공작기계시장의 약 15%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에 종사하는 인원이 약 8백명 정도니 공작기계분야에 종사하는 인원은 넉넉히 잡아도 5천명을 넘지 않으며 유관분야 인원까지 합쳐도 대략 6천∼7천명을 넘지 않는다. 전세계에서 공작기계 생산량이 가장 많은 일본이 대략 3만명 정도니 그리 무리한 추정도 아니다.

그러나 공작기계산업이 지니는 의미와 기대효과를 본다면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 공작기계산업에서 세계 제일은 일본이다. 다음으로 독일,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의 순이다. 공작기계산업의 규모나 발전정도가 그대로 국가의 경쟁력 순이고 잘 사는 나라 순이다.

우리나라 공작기계산업이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기술이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30년 동안 경제발전에 가장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는 가발, 섬유, 신발산업 등에 주력했기 때문에 기계기술 개발에 투자를 소홀히 한 것이다.

자동차산업이 국가의 간판산업이요 국력의 바로미터임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자동차산업을 소리없이 뒷받침하고 있는 공작기계산업의 중요성은 공작기계산업이 우리나라보다 더욱 낙후돼 자동차산업이 발달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고도 그렇지 못한 사례가 잘 말해준다.

그렇다면 경쟁력이 약한 공작기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무의 뿌리가 고루 퍼져 있지 못하고 줄기가 튼튼하지 못하다면 우선 스스로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 물을 주고 온도와 습도를 인위적으로 맞춰줘야 한다. 단순히 특정산업의 편중지원을 문제삼기보다는 산업의 중요도를 감안한 차등지원이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작기계의 핵심부품인 수치제어(NC)장치 공동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금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우리나라 공작기계산업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이유는 기술부족이다. 기술은 곧 사람이고 사람은 오랜 시간이 걸려야 양성할 수 있다. 기술에는 점프가 없고 기계기술에는 천재가 없다. 1만명도 안되는 인원이 정책적 수혜를 받는다 해도 공작기계산업의 특성상 재벌이 될 리 만무하다.

따라서 거시적 차원에서 공작기계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술자의 병역특례를 확대하고 연구개발비 지원도 늘려야 한다. 국력의 바로미터인 공작기계산업은 사용자가 이끄는 수요자 유발사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업계의 이같은 요구를 모두 들어준다 해도 수혜자는 수백명에 불과하고 연구개발비도 총액으로 따지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공작기계 시장규모는 수입품까지 다 합해야 2조원도 안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 한 모델의 판매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아중공업 이사 金東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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