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들이 통신시설 보호를 위해 발령한 군령의 내용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통신시설과 철도에 가해한 자는 물론 정보를 알고 은닉한 자도 사형에 처하며, 사고발생의 책임을 마을 전체의 연대책임으로 문책한다는 등 극단적인 내용이 일본군의 군령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적용된 것이었다.
「군용전선 및 군용철도 보호에 관한 일본군의 군령」 ①군용전선 및 군용철도에 피해를 입히는 자는 사형에 처할 사 ②범인 은닉자는 사형에 처할 사 ③범인을 체포한 자에게는 금 이십원을 상여할 사 ④범인을 밀고하여 체포케 한 자에게는 금 이원을 상여할 사 ⑤마을 내에 가설한 군용전선 및 군용철도의 보호는 마을 전체가 연대책임을 지되 촌장을 책임자로 하고, 마을 주민 약간명씩을 정하여 교대로 매일 순찰을 돌아 보호할 사 ⑥마을 내에서 군용전선 및 군용철도가 파손되고 그 가해자를 체포하지 못할 경우에는 당일 순찰자를 엄벌에 처할 사 ⑦마을 내에서 군용전선과 군용철도에 두번 이상의 파괴행위가 일어나면 엄벌을 부가할 사 ⑧군함의 운항을 방해하고 기타 군선에 손상을 준 자는 엄벌에 처하고 태벌을 부가하며 해당 선박을 몰수할 사
바람이 목덜미로 차갑게 파고들었다.
진기홍 옹은 일본군이 내린 군령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통신선과 철도에 피해를 입히면 사형을 시키고, 마을에서 일어난 사고는 마을 사람들 전체의 책임으로 한다는 일본군령의 내용을 전해들은 당시 백성들의 마음을 생각하자 진기홍 옹은 소름이 돋았다. 일반 백성들에게 통신선은 직접 필요한 매체가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들을 구속하고 억압하는 매체일 뿐이었다. 전선이 끊어지거나 전주가 잘리면 마을 사람들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무시무시한 공포였던 것이다.
늦은 가을.
인왕산 능선 아래로 떨어진 태양이 서쪽 하늘에 짙은 노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진기홍 옹은 모처럼 맑은 하늘에 드리워진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지하철역 입구로 내려섰다.
운행정지.
개찰구 입구에는 광화문 부근 맨홀 화재로 열차의 운행이 정지되었다는 내용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지하철 운행이 중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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