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시장에 뮤지컬 「에비타」관련물 열풍

뮤지컬 「에비타」와 「에바페론 에비타」.

지난해부터 일부 중소 비디오업체들이 대기업의 흥행작 출시시기에 맞춰 유사 타이틀을 내놓아 물의를 빚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비디오 대여업계에 「에비타」가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디오 대여시장에 선보인 흥행작의 유사 타이틀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CIC는 올 초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화제의 액션물 「LA 2013」을 출시하면서 「LA 2017」이라는 제목의 유사 타이틀에 선수를 빼앗겼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장 클로드 반담 주연의「하드 타겟」을 내놓을 당시에도 에로물 「하드 타임」이 나란히 출시돼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다.

그밖에도 「트위스터」를 흉내낸 「나이트 오브 트위스터」, 「브로큰 애로우」를 겨냥한 「브로큰 빠」 등 흥행작을 도용한 신작 타이틀은 거의 매달 비디오시장에 출시되면서 숍주들과 영업사원에게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일종의 베끼기전략은 타이틀 제목뿐 아니라 로고나 포스터를 도용하는 사례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피해업체들은 번거로운 소송절차 때문에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유사품이 대부분 판매량 3천∼5천개 정도에 불과한 B급, C급 타이틀이어서 실제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

그러나 마돈나 주연의 화제작 뮤지컬 「에비타」를 오는 6월 중순 출시할 계획인 SKC는 5월 출시작 「에바페론 에비타」으로 인해 판매영업에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비전이 수입하고 새롬 엔터테인먼트가 창립작품으로 내놓은 「에바페론 에비타」는 후안 카를로스 데산조 감독, 에스더 고리스 주연의 아르헨티나 드라마. 새롬은 15일 출시에 맞춰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아르헨티나 6박7일 항공권 및 숙박권을 상품으로 내건 사은 퀴즈대잔치를 실시하는 등 홍보에 주력, 최소한 2만∼2만5천개의 판매고를 올릴 계획이다.

이에 대해 SKC측은 『수입사로부터 「에바페론 에비타」의 비디오판권 제의를 받았으나 판매량 5천개 미만의 작품으로 판단, 구매하지 않았다』면서 『영화마니아가 아니라면 광고만 보고 뮤지컬 에비타라고 착각하기 쉬울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에바페론 에비타」의 포스터는 몸에 꼭 끼는 복고풍 정장에 금발머리를 뒤로 넘겨빗은 주연 여배우가 마이크 앞에 서있는 모습이 SKC의 극장개봉용 포스터와 흡사하다.

그러나 새롬측은 「에바페론 에비타」가 공윤의 심의절차를 받고 출시되는 만큼 법적인 하자가 전혀 없으며, 아르헨티나의 1급 감독이 연출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사 문에까지 출품된 드라마로 SKC의 「에비타」에 못지않은 수작이라고 주장한다. 비디오업계에서는 이 작품이 2만개 이상 판매될 경우 SKC측에 상당한 손실을 줄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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