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인간형 로봇 등장... 日 혼다기술공업 발표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만화영화의 「마징가 Z」처럼 무쇠 팔, 무쇠 다리, 로켓 주먹을 가진 인간형 로봇이 재해 현장의 부상자를 구출하거나 악의 무리를 퇴치하고 환자 간병에도 나서는 등 인간을 위해 활약한다.

지난해 12월 말 일본 혼다기술공업은 인류가 오랜 기간 꿈꿔온 이런 상상 속의 인간형 로봇을 발표했다. 물론 아직 로켓 주먹도 겸비하지 못했고 동작도 인간 행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둔한 원시적 수준이나 생김새만큼은 인간 신체와 거의 흡사하다.

혼다의 이 인간형 로봇은 신장 1백80, 체중 2백10으로 등에 업고 있는 배터리로 약 15분간 외부 간섭없이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로봇은 두 다리로 평지를 걸어 다니는 것은 물론 경사진 길과 계단도 자유롭게 오르내린다. 중심 이동에 맞춰 30도 이상 굴절이 가능한 관절을 미세하게 움직여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 한 번 명령하면 마치 인간처럼 두 팔과 두 다리로 물건을 들어 나른다.

혼다기술연구소는 이 인간형 로봇이 아직 미완성 단계로 연구수준을 못 벗어났다며, 기술의 상세한 정보를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나 오랜 기간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번 두 다리 보행 로봇의 개발은 상당히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간형 로봇은 지금까지 다수 개발됐었다. 그러나 기존에 개발된 인간형 로봇의 두 다리는 센서 투성이로 다리의 움직임을 다리에 있는 센서가 제어하는 방식이었다.

관절 30도이상 굴절 그러나 이번에 혼다가 개발한 로봇은 다리에 센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상반신에 있는 중력센서로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 즉 다리, 팔 등의 부분을 각 부위에 장착된 센서가 제어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이 로봇은 더욱 인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현 단계에서는 일단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15분 이상의 활동도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關西전력 등으로부터 원자력발전소 내에서의 작업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는 등 실용화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혼다의 이번 인간형 로봇의 개발은 이 분야의 연구를 거듭해온 다른 기업과 대학 연구진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제조과학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는 『인간형 로봇 개발에 사용된 하나하나의 기술은 거의 대부분 기존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하나의 시스템으로 실제 제작했다는 공적은 매우 큰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청각 능력 대폭 향상 공업기술원은 차세대 로봇 개발을 목표로 「프랜들리 네트워크 로보틱스」라는 이름의 국가프로젝트를 지난 95년 2월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약 23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공업기술원과 참가기업은 10여대의 로봇 모형 후보를 개발해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후보 가운데 하나가 혼다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이다.

와세다대학도 지난 65년부터 인공수족의 연구와 병행해 두 다리 로봇 개발을 추진해 왔다.

와세다대학은 지난 73년 외부장치와 연결하면 두 다리 보행과 1세 유아 정도의 커뮤니케이션, 시청각 능력을 지닌 「와봇 1호」를 세계 최초로 완성하는 등 인간형 로봇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 와세다대학은 지난 3월 21일 7개 연구팀이 공동으로 추진해온 프로젝트의 성과로 2종류의 신형 로봇을 공개했다. 바퀴로 이동하는 「아다리」와 두 다리로 움직이는 「와비앙」이 그것이다.

바퀴로 이동하는 아다리의 특징으로는 컴퓨터 성능 향상으로 인한 시각기능의 눈부신 진보를 꼽을 수 있다. 아다리는 인간의 안구와 거의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눈을 가지고 있다.

얼굴 전면으로 빛을 쏘이면 눈이 부신 듯 눈을 반쯤 감는다거나 빛에 따라 얼굴과 시선을 움직인다. 또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을 향해 얼굴을 움직이는 등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한 로봇이다.

두 다리 이동의 「와비앙」은 외부전원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배터리를 등에 업고 있는 혼다 로봇에 비해 다소 작다. 1백66, 1백7의 이 로봇은 인간과 같은 속도로 걸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쟁반을 들고 균형을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부분적으로 외부장치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와세다대학은 인간형 로봇 개발 방향을 기본적으로 인간과의 공존에 초점을 맞춰 왔다. 지난 84년 악보를 눈으로 인식해 두 손과 두 발로 전자오르간을 연주하는 「와봇 2호」를 개발했고, 최근에는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에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플롯연주 로봇 개발에 도전해 이미 프로의 손놀림에 가까워질 때까지 스스로 연습하는 로봇을 거의 완성시켜 놓고 있다.

지난 2월 17일 도시바는 인간과 함께 배구를 하는 로봇을 발표했다. 「빨간 공을 집어라」 등의 일본어 명령에 따라 3가지 색깔의 공 가운데 지시한 색깔의 공을 집어 올린다. 로봇의 형태는 상반신뿐이지만 동작만큼은 배구 선수의 움직임과 매우 흡사하다.

혼다기술공업은 현재 10여명인 두 다리 보행 로봇의 개발인원을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혼다는 특히 로봇의 구체적인 용도를 확정해 개발해 나감으로써 사업성과 실용성을 함께 높여 나갈 계획이다. 혼다는 또 앞으로 로봇의 신체를 더욱 작고 가볍게 만들어 나가는 한편 로봇에게 전원을 스스로 찾아 충전하는 지능도 부여할 계획이다.

자가 충전기술 연구 힘이 없는 환자의 간병, 재해시 인명구조, 원자력발전소 내의 무인작업실 투입 등 인간형 로봇의 잠재적 수요는 결코 적지 않다. 단지 지금까지 경제성과 실용성을 겸비하는 두 다리 로봇의 개발이 거의 불가능해 수요가 표면화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환자를 부축하는 로봇, 음식을 만드는 로봇, 도로교통을 정리하는 로봇 등으로 기능을 한정시켜 개발해 나가면 실용화를 위한 준비기간이 더욱 단축될 것이 분명하다.

또 이처럼 기능을 분리시켜 로봇을 개발한다 해도 개발에 따른 노하우의 축적으로 언젠가는 「마징가 Z」와 같은 인간형 로봇이 나올 것이다.

훗날 있을지 모를 외계인의 침략을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의 인간형 로봇이 물리쳐 주는 만화 같은 이야기. 언젠가 우리는 이 같은 이야기를 현실에서 체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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