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반직배사 및 CD롬 타이틀업체들이 지난해 초부터 새로운 시장창출을 위해 의욕적으로 내놓은 인핸스트(Ehanced) 뮤직CD가 시장진입에 실패한 채 사장위기를 맞고 있다.
인핸스트 뮤직CD는 멀티미디어 데이터와 오디오CD를 함께 수록해 컴퓨터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CD플레이어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미국 등 외국에서는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멀티미디어 매체.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BMG코리아 등 대부분의 음반직배사들과 삼성전자, 건잠머리컴퓨터 등 4, 5개 CD롬 타이틀업체들이 지난해 초부터 수십여종의 팝과 가요를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이면서 음반 및 CD롬 타이틀 유통업체들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촉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내놓은 대부분의 인핸스트 뮤직CD는 일반 음반판매량 수준에도 못미치는 등 소비자들에게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BMG코리아는 「Girl Friend For」, 「Oriental Ghost」 등 15종의 인핸스트 뮤직CD를 출시했으나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하자 앞으로 일반음반과 차별을 두지 않는 영업을 펼칠 예정이다.
소니뮤직 역시 본사에서는 15종의 인핸스트 뮤직CD가 출시됐으나 국내에는 마이클볼 튼의 「Christmas」 이외에는 별다른 음반을 소개하지 않고 있으며, 폴리그램 또한 본사에는 인핸스트 뮤직CD를 위한 음악레이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전혀 소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 CD롬 타이틀업체 중에는 삼성전자, 건잠머리컴퓨터, 솔빛 등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소방차, 김원준, 김광석, 넥스트 등의 앨범을 인핸스트 뮤직CD로 제작했으나 제작비 수준에도 못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하자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와 같이 외국에서는 어느 정도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인핸스트 뮤직CD가 국내시장 진입에 실패한 것을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국내 음반소비자들은 음반구매시에 매체의 우수성 등 질적 수준을 고려하기보다는 수록된 곡의 양과 가격 등에 우선순위를 두기 있기 때문에 인핸스트 뮤직CD에 대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 출시된 인핸스트 뮤직CD이 외국과는 달리 일반음반에 비해 2배 이상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고, 일반음반이 10∼15곡을 담고 있는 반면 8곡 가량을 담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음반과 CD롬 타이틀 유통시장의 철저한 양분화현상도 또다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음반과 CD롬 타이틀을 동시에 구입할 수 있는 복합매장이 일반화 돼있으나 국내에는 이러한 매장이 없어 인핸스트 뮤직CD가 일반 음반시장을 위주로 판매되는 등 CD롬 타이틀 소비자들이 인핸스트 뮤직CD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됐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핸스트 뮤직CD의 국내시장 진입실패는 소비자 소비성향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정보부족과 함께 낙후되어 있는 음반 및 CD롬 타이틀 유통시장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말한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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