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해외 전자산업 새물결 (2);고유영역이 사라진다

「모든 빗장을 푼다」. 지난해 2월 미국에서는 통신 및 방송사업에 존재하는 영역규제를 완전히 철폐하는 통신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미국이 61년만에 자국 통신시장의 완전 자유경쟁시대 개막을 공식화한 의미있는 사건이다.

지난 35년 제정된 기존 통신법은 통신과 방송 등 서로 다른 업종간은 물론, 같은 통신분야내에서도 지역전화사업자와 장거리전화사업자간 사업영역을 구분, 상호 시장진출을 엄격히 규제했다.

새 통신법은 통신시장의 영역장벽을 완전히 허물어 기존 업체는 물론 케이블TV업체, 전력업체들도 자유롭게 어떤 통신서비스사업에든 진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시에 통신업체의 방송분야 진출도 허용하고 있다.

통신사업의 영역 철폐는 미국에 비해 강도는 떨어지지만 일본과 유럽에서도 활발하다. 일본의 경우 장거리와 국제전화서비스 등에 대해 공중망-전용망-공중망(公 -專-公) 접속사업을 해제하는 등 통신서비스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방송과 통신간 장벽 철폐도 검토되고 있다.

통신분야를 중심으로 각 사업의 보호막이 사라지고 있다. 이업종 진출이 가능해지며 세계 정보통신시장은 실질적인 대경쟁시대로 이행해 가고 있다.

사실 각 정부의 규제완화는 정보통신시장환경의 급변에 따른 것으로 이미 이미 예견된 절차일 뿐이다.

최근 몇 년간 정보통신산업은 멀티미디어의 등장과 그 첨병인 인터넷 붐을 배경으로 급변해 왔다. 특히 인터넷은 그 변화의 원동력이다.

정보에 대한 관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것에 편승, 인터넷은 급속도로 보급, 확산되며 정보통신을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끌어올려 신규참여를 촉진시키고 있다. 한편으로는 또 기존 매체를 위협하는 인터넷전화 등 저가의 새 매체들이 잇달아 등장, 정보통신시장의 새 질서를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이업종간 진출은 정보통신시장환경의 이같은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제도 개혁으로 합법화, 더욱 활발해 지게 된 것이다.

시장환경변화 및 제도 개혁에 따른 이업종간 진출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영역은 통신, 그 중에서도 전화사업이다. 이미 미국에선 장거리, 지역전화사업자들간 상호 진출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베이비 벨」로 불리는 지역전화사업자들에선 장거리전화사업진출을 위해 나이넥스가 장거리전화사업 진출을 위해 장거리전화사업자 스프린트와 회선구매계약을 체결했고, 아메리테크도 장거리전화사업자 월드컴 등과 회선재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회선재판매는 초기 투자부담을 줄여 저렴한 비용으로 장거리전화사업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대로 AT&T, MCI, 스프린트 등 장기리전화사업자들은 지역전화사업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AT&T의 경우 경영체제를 3개 부문으로 나누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한편, 중소 전화사업자인 MFS커뮤니케이션스를 인수하는 등 지역전화시장진출에 필요한 체제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전화사업에 대한 이업종 업체들의 진출도 두드러지고 있다. 예컨대 미국과 일본의 방송업계에서는 이미 케이블TV업체들이 케이블망을 이용한 전화사업에 진출해 저가를 무기로 기존 전화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연내 전력업체들의 전화사업진출도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업종 업체들의 영역 침입에 대해 기존 전화사업자들도 새 영역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접속사업 등 통신서비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례로 지역전화사업자들이 기존 회선을 이용하는 비대칭형디지털가입자망(ADSL)의 실용화 착수도 인터넷접속서비스사업의 일환이다.

통신업체들은 방송분야 진출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은 자본참여 등 주로 기존 방송업체와의 제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제 정보통신시장에서 고유영역이라는 말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누구든 여건만 되면 어느 시장에든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신, 구업체간 경쟁은 뜨겁다. 당연히 관건은 경쟁력인데 업체간 제휴가 활발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이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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