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철을 앞두고 소비자들은 다소 혼란스런 TV광고에 접하게 된다. 가전업체의 현란한 에어컨 신제품 광고와 통상산업부나 에너지관리공단 등이 제공하는 절전 캠페인이다. 올해도 대부분의 절전 캠페인에는 여지없이 에어컨이 등장해 마치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것이 국가적인 에너지문제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처럼 주지되고 있다.
매년 에어컨이 전력난의 주범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은 지난 94년 이후 에어컨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으며 에어컨 사용기간이 길어야 연중 1개월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증가시켜 일시적인 전력 수급불균형을 초래한다는 데 있다.
전력예비율을 2.8%대까지 위협했던 지난 94년 여름까지 국내에 보급된 에어컨은 총 2백50여만대로 보급률 역시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3년 만에 에어컨 보급량은 4백50만대로 증가했으며 올해도 최소한 1백만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로 인해 냉방전력수요량은 9백94만로 전체 전력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에어컨 사용으로 인해 1년 내내 전력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발전소 증설로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1개월 정도의 전력수급 차질을 해소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발전소를 짓는 것은 효율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데 문제해결의 어려움이 있다.
즉 에어컨이 첨두부하(Peak Load)를 극도로 가중시켜 여름철 전력예비율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통산부와,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전력 등은 고효율 에어컨 개발이나 무선호출기를 사용한 원격제어 에어컨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으나 관련업계의 사업적인 동기를 유발하지 못해 시제품을 완성하는 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가스 및 빙축열을 사용한 대체 냉방기기는 아직 가정용으로 실용화하는 데 기술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통상산업부는 올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를 작년보다 11.5% 증가한 3천6백만8천로 예측하고 최대 공급능력을 작년보다 12.5% 늘어난 3천8백52만로 늘려 전력공급예비율을 7%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상 고온현상이 닥칠 경우엔 하반기에 완공 예정인 일부 발전소의 시운전 출력을 활용해 전력공급 예비율이 최소한 5%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비상대책까지 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통산부와 한국전력 등은 급속한 에어컨 보급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통산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일정기간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전력요금을 표기하도록 하는 에너지비용 표시제를 가전업체에 제안하고 있으며 한국전력은 가정용 전기료에 대해 적용되고 있는 누진제 이외에 첨두부하를 완화할 수 있는 요금산정방식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전력측은 『에어컨 보급 급증으로 인한 전력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전력공급량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절전 캠페인을 통해 호소하는 방법외엔 묘수가 없다』고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소득 향상에 따라 이미 에어컨이 생필품으로 인식되고 있고 계속해서 냉장고나 컬러TV처럼 보편화될 것이므로 근본적으로 전력공급량을 충분히 확보해서 해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국가적인 전력수급 문제보다는 불황에 신음하는 가전업계에 활력소를 제공해주고 있는 에어컨사업을 최대한 활성화시키겠다는 실리적인 판단이 앞서고 있다.
가전업계의 최대 효자상품임과 동시에 여름철 전력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에어컨에 대한 논란은 전력공급자, 가전업계,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오기까지 당분간 반복될 전망이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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