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리스트럭처링 붐에 의한 사무실 공간 축소, 대도시 교통 혼잡에 따른 출퇴근 문제, 치안문제 악화 등의 사회 현상은 컴퓨터 통신을 비롯한 정보통신의 발달을 등에 업고 바야흐로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무환경을 낳고 있다.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라는 신종어나 얼마 전 노동법 개정으로 새롭게 도입된 「재량근로제」라는 말의 개념은 모두 재택근무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업무수행을 딱딱한 회사 사무실에서 책상머리에 앉아 하는 것으로 한정하지 않고 근로자의 재량에 따라 그 장소화 방법을 정할 수 있게 한 「재량근무제」나 집안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는 「소호」 「재택근무」는 디자이너나 카피라이터, 연구원기자 등의 창의력을 요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열린 업무환경을 제공하여 더욱 풍성한 업무수행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재택 근무자를 통신으로 출퇴근한다고 해 「텔레커뮤니터」라 부른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정보통신관련 첨단업체의 40% 이상이 재택 근무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작년 겨울 미국 동부에 엄청난 폭설이 내려 교통이 마비되었을 때도 대부분의 회사업무가 별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일반화해 있던 그들의 재택근무 덕이었다.
인터넷 사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우리 회사는 오래 전부터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발자나 디자이너 모두에게 열려진 공간에서의 자기 시간은 창의력을 자극하는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기술자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테스트하는 테스터들을 새롭게 고용하였는데 재택근무를 기본조건으로 하였다. 대부분의 테스터들이 주부라는 점을 감안해 마련한 차선책이기도 했지만 성가신 전화벨 소리나 복사기, 프린터와 같은 공용기기 사용에 따른 번잡스러움, 그에 따른 잦은 이동, 또 분주한 잡무로 인하여 오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테스터의 경우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나 손쉽게 일을 할 수 있어 업무효율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테스터들은 매일 오전 근무를 자청하고 나섰다. 개발자들과 때때로 자세한 회의도 해야 하고 또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주부인 그들은 아이를 봐주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가정 이것 저것에 집중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에 오고 가는 차안에서 하루의 일과를 설계하고 점검했었는데 그 중요한 시간들이 갑자기 빠져버려 빨리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도 했다.
재택근무는 문서작성과 통신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및 영상회의 시스템의 급속한 발전이라는 전제가 있어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사무통합 소프트웨어인 그룹웨어나 인트라넷 그리고 화상회의가 활성화돼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잦은 회의를 거쳐야만 하는 경우나 혼자 습득하기 힘든 새로운 기술을 계속 보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순수한 의미의 재택근무는 오히려 어려운 사무환경이 될 수도 있다. 또 집집마다 업무에 필요한 공간과 기기들이 갖추어져 있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은 아직도 많이 미비한 실정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두루 갖추어져 있을 때에야 비로소 재택 근무는 직원들에게는 여유있는 시간과 집중력을 배가시킨 업무효율을, 회사에서는 사무실 관리 등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의 감소와 업무 생산성 향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徐知賢 버츄얼아이오시스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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