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의 영상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라는 질문이 관련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삼성과 인연을 끊더라도 8개 계열사, 3개 합작법인, 자산 1조7천6백82억원(96년 말), 총매출 2조3천억원에 달하는 재계 25위권의 위용을 갖춘 제일제당의 영상엔터테인먼트號 향후 진로에 경쟁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일제당은 식품, 유통업체로서 다져온 위상을 기반 삼아 지난 95년부터 21세기형 종합 영상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도약할 것임을 선언함과 동시에 관련사업을 준비해 왔다. 그 결과 최근 케이블TV 음악채널 m.net(채널27)를 약 5백억원에 인수, 음반, 비디오, 영화, 멀티플렉스(극장), 방송업 등 그 면모를 갖추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듯 보인다.
또한 제일제당은 지난달 14일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상의 「친족계열사 분리독립 요건」인 △상장사 지분 상한선 3% △비상장사 지분 상한선 15%에 맞춰 삼성엔지니어링(9.6%)과 중앙일보(22.02%)의 보유지분을 매각, 각각 2.99%와 14.71%로 낮춤에 따라 삼성생명의 지분을 처리하지 않았음에도 완전한 분리독립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제일제당은 각종 여신규제와 진출업종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며 부동산 취득도 쉬워지는 등 독자적인 사업전개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들은 제일제당 영상엔터테인먼트號의 본격적인 출항 시기를 4월로 잡고 대응책 마련 및 견제에 분주하다. 그러나 제일제당이 관련 사업에 대한 경험없이 빠르고 과감한 신규진출 및 투자를 진행함에 따른 적잖은 실패와 뜻밖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또다른 시각이다.
제일제당이 영화업에 뛰어들면서 20억원을 과감히 투자, 1년 6개월만에 선보였던 화제의 영화 「인샬라」가 흥행에 참패한 데 이어 외화 흥행작의 배급권 확보 및 국내시장 비디오 판권 판매에 난항을 겪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지난 95년 4월 삼성을 제치고 드림웍스SKG의 한국파트너로 등장했고, 김종학, 송지나 콤비와 (주)제이콤을 설립해 방화 4편의 제작계획을 발표하는 등 활발하게 전개되던 영화사업이 찬물을 뒤집어 쓴 셈이다.
이어 하명중영화사와의 외화 공동구매, 월트디즈니사 만화비디오의 슈퍼마켓 유통대행, 극장체인사업을 위한 합작법인(CJ골든빌리지) 설립, 박철수필름과의 협력계약 등을 차례로 터뜨렸으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결실은 없는 상태다. 이러한 경험부족에서 오는 부진은 현재 계획 중인 3편의 방화에도 영향을 미쳐 「쿠데타」 「바리케이드」 「논픽션(가제)」 등 제작을 시작하지도 못한 영화가 있는가하면 아예 시나리오조차 나오지 못한 작품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음반사업에서도 뜻밖의 변수가 돌출, 『음반판매 흥행 여부에 신경쓰지 않고 내실있는 가요사업을 전개하겠다』던 사업의지와 대기업 음반사로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최근 발표돼 제일제당 음반사업부의 첫 성공작으로 손꼽히던 이민규의 신곡 「아가씨」(최수정 작곡)가 독일 댄스그룹 리얼 조이의 「La Dance d’Helene」을 전체 분위기와 리듬에서 완벽할 정도로 표절, MBC 표절가요심의위원회로부터 방송금지조치를 당한 것이다.
음반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제일제당이 약 1년에 걸쳐 4∼5장의 가요앨범을 발표했음에도 뚜렷한 성과가 없자 「표절」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제일제당 음반사업부는 추가로 제작하는 이민규의 앨범재킷에 「아가씨」를 「La Dance d’Helene」 번안곡으로 소개하는 등 뒷감당에 나섰으나 일단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제일제당 CJ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신규사업을 전개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는 것은 감내해야만 할 진통』이라며 『몇몇 작은 실패와 부작용이 제일제당 영상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진로를 바꾸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결국 제일제당의 영상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삼성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돼 본격적인 독자노선을 걷게 될 이달 이후의 양상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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