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고도 상업전략에 펑크 록 유행

고도의 상업전략이 한국에 해묵은 펑크(funk)록 유행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 76년 9월 런던의 「100클럽」에서 섹스 피스톨스,클래쉬,수시 앤 더 밴시스,댐드,버즈콕스 등 펑크밴드들이 2일 동안 공연을 펼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가 얼마 못가 단명한-현재 비주류로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펑크 록이 20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새삼 한국에 상륙,신 음악조류를 형성할 조짐이다.

최근 한국의 대표적인 펑크 록 그룹인 삐삐롱스타킹의 기행이 불특정다수의 TV대중에 여과없이 노출되는가 하면 某의류업체 TV광고에 펑크 록 공연의 한 전형인 모싱(moshing;청중이 무대로 뛰어들거나 빽빽이 들어찬 청중들이 손을 머리위로 올려 사람의 몸을 서핑하듯 떠받치는 것)이 등장하는 등 펑크 록이 모방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자극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음악과 기이한 행동에서 펑크 록의 원조인 섹스 피스톨스를 닮아있는 삐삐롱스타킹은 그룹 이름을 바꾸기 전인 삐삐밴드시절 보컬 이윤정이 부른 <유쾌한 씨의 껌십는 방법>의 인기로 음악팬들에게 친숙해지면서 앨범 「문화혁명」「불가능한 작전」 등이 적지않은 성공을 거둔 그룹. 지난해 말 그룹명을 개명함과 동시에 보컬 고구마(권병준)을 영입,<바보버스> <아직도 눈이 내려>를 발표하며 반항적인 청년문화를 음악에 담아 표출하던 중 TV에 등장해 웃지못할 해프닝을 벌였다.

삐삐롱스타킹은 최근 한 TV음악프로그램 생방송에 출연해 카메라에 침을 뱉는가 하면 시청자를 향해 미국식 욕설인 가운데 손가락을 곧추세우는 등 물의를 일으켜 1년간 방송금지조치를 당했다. 과거 섹스 피스톨스 역시 공연중에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여 물의를 일으켰고 한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fuck』이라고 말해 제재를 받았었다.

이같은 기행은 고도의 상업전략에서 분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이야 「거부와 이탈을 추구하는 순수 청년문화를 대변한 몸짓」이었거나 「별다른 의도없이 음악에 몰입한 상태에서 그냥 한번 해본 일」로 항변하고 있지만,그 이면에 숨어있는 것은 상업적 성공을 위한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다.

바로 섹스 피스톨스의 매니저 맬컴 매클라렌이 선보였던 프로모션마케팅광고앨범 팔아먹기로 이어지는 수순의 전략. 이 전략에 충실키 위해 아티스트들은 △언론과 미디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룹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최소화하라 △음악은 잊어버리고 세대갈등을 창조하는데 주력하라 △모든 기존음악과 청년문화를 고루한 것으로 취급하라 △기성세대들에게 테러와 위협을 가하고 모욕하라고 부추긴다.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삐삐롱스타킹의 등장은 댄스, 발라드로 획일화된 국내 가요계의 장르 다양화를 대변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한편 『고도의 상업전략에 따라 기행을 답습하는 모방과 대중우롱은 제재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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