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이동통신산업의 메카 `와이어리스 밸리` 급성장

「와이어리스밸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전자산업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새로운 산업지역이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형성돼 이동통신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미국 주요 통신기업 중의 하나인 퀄컴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와이어리스밸리는 통신산업의 고속성장에 힘입어 확장일로를 걷고 있다.

태평양과 사막형 지대의 중간쯤 되는, 샌디에이고 북쪽 소렌토밸리에 위치한 통신산업지역은 퀄컴과 소니를 비롯, 노키아, 휴렛패커드 등의 관련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종업원 수는 2만여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같은 성장세를 기초로 매년 20%씩 투자를 늘려나가 지난해 2백90억달러에서 오는 2002년에는 8백60억달러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이동통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6%에 불과하지만 2006년에는 48%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또다른 의미의 산업혁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와이어리스밸리는 특히 인적 자원이 좋은 지역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통신산업의 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관련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던 샌디에이고는 미 공군기지가 쇠퇴하면서 그곳에서 근무하던 기술인력을 흡수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SD)가 샌디에이고에 있어 계속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본의 소니, 유니덴이나 한국의 LG, 핀란드 노키아사는 일찌감치 그들의 연구개발지역을 이쪽으로 이동했다. 게다가 퀄컴, 스프린트, 휴렛패커드, 휴네트워크시스템과 노키아 등이 지원해 UCSD공대에 이동통신연구센터를 2년 전 만들어 향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인력의 주요 공급원을 확보했다.

이제 명실상부하게 이동통신산업을 주도하게 될 와이어리스벨리의 성장은 위축되고 있던 샌디에이고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기도 하다. 미 공군기지에 근무하던 인력을 계속 흡수하기 때문에 고용창출효과를 내고 있는 데다 샌디에이고 경제의 체질을 바꾸어줄 수 있기 때문에 시당국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기후가 좋아 휴양지로 잘 알려진 이 지역은 그 명성에 걸맞게 일을 느리고 천천히 하는 분위기로 알려져 있는데, 이동통신산업이 그러한 체질을 바꾸어 놓을 것이란 예상이다.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을 개발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퀄컴은 유명 전자우편 소프트웨어인 유도라의 제작사이기도 한데, 샌디에고를 중심으로 계속 활동해 왔다.

모토롤러, 에릭슨 등과 심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퀄컴은 와이어리스밸리를 성장시키기 위해 샌디에이고 당국에 1천8백만달러를 최근 내놓았다.

대학 관계자들도 적극적이다. 전직 IBM 중역이고 UCSD의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윌리엄 오터슨은 『우리는 생체공학으로 유명하지만 현재는 더욱 빨리 성장하고 있는 통신산업에 주력하고 있다』며 통신분야 인적 자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터슨도 이 지역에서 통신인력의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통신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UCSD공대 앤서니 아캄포라 교수는 현재 분리돼 있는 미국 통신네트워크를 셀룰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확장시키는 구상을 추진중이다.

그에 따르면 광통신케이블은 투자비용이 너무 커 전화회사나 케이블회사가 쉽사리 추진하기 힘들기 때문에 저파워의 고주파수대를 이용해 집안까지 비디오, 데이터에 목소리까지 한꺼번에 전달할 수 있는 체계가 실현 가능성이 높다. 피코셀(picocell)로 불리는 로컬 트랜스미터를 레이저기술을 이용한 광통신 트랜스시버와 연결하면 고속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상은 아직 구상단계에 불과하지만 현실화한다면 통신체계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듯 와이어리스밸리는 산업과 연구가 협동하는 공간으로 제2의 실리콘밸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시카고=이정태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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