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39)

연기와 함께 맨홀 속에서 솟구치는 불꽃 위로 짧게 무지개가 걸렸다.

빨주노초파남보.

사내는 빛의 타래를 풀 듯 환상 여행을 계속했다.

뱀이 말을 계속했다.

그대들의 말대로 조로아스터는 데바를 부정했다. 악으로 규정했다.

『현명하신 주께 약속하노라.

모든 선행을 다하겠노라고.

선하시고 은혜로우시고 의로우시고 영광되시고 숭경스러우신 이께 맹세하노라 모든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질서와 법률, 그리고 빛이신 그이께 서약하노라.

그의 불빛 천상은 곧 축복이니라.

나는 신성하고 착한 사람들을 원하노라.

도둑질을 한다던가 가축을 훔치는 데바를 경멸한다.

마즈다 숭배자들의 마을을 약탈한다던가 짓밟는 짓은 분명한 악이니라.』

조로아스터의 이러한 기원에도 불구하고 데바를 추종하는 무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반대로 힘이 있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말(馬)이 있는 데바도 아후라 마즈다, 조로아스터를 추앙하는 사람들을 아주 없애버릴 수 없었다.

그것은 현상이었다. 극복할 수 없는 현상.

그 현상이 비극이다. 극복할 수 없는 비극이다.

모든 비극은 현상에서부터 잉태한다.

데바는 분명 힘이 있었다. 강력한 힘이었다. 하지만 조로아스터가 그 힘을 두려워 한 것이 아니다. 그 힘을 악으로 치부한 것이 아니다. 비극은 이미 선과 악이 확정되 태초부터 있어 왔다.

뱀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비극은 좀더 근원적인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선과 악, 밝음과 어둠이 동시에 나타난 태초부터 비극은 이미 시작되었다. 선과 악, 밝음과 어둠, 빛과 그림자로 확정 되어 버린 태초부터 그 비극은 존재한 것이다.

사내는 외쳤다.

『그렇다면 조로아스터가 천상에서 아후라 마즈다를 만났을 때 본 그림자 지지 않는 빛은 어떤 빛인가? 통합의 빛이 아니었는가?』

뱀이 맨홀에서 솟구치는 불길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대답했다.

조로아스터가 천상에서 본 그림자 없는 빛은 밝음과 어둠을 통합하는 빛이었다. 하지만 통합은 또다른 분리를 의미한다.

저 무지개를 보아라.

빛에도 빛깔이 있지 않은가? 빨주노초파남보, 빛깔이 있지 않은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