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컴팩, 일본시장서 고전

그동안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아시아 PC시장의 선두를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컴팩컴퓨터가 유독 일본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94년 3.9%였던 컴팩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95년 3.7%였고 지난해에는 3.4%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시아지역에서도 일본을 제외하고는 6.9%로 점유율 1위지만 일본을 포함하면 5위(5.2%)로 밀려난다.

IBM의 점유율이 지난해 1.4%포인트 늘어났고 델컴퓨터도 도요타나 소니 등 굵직한 기업을 고객으로 잡아 선전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무리 현지업체들이 강력히 포진하고 있는 일본시장이라 하더라도 컴팩으로서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한때 고성능 서버분야에서 얻었던 리더로서의 명성도 NEC나 후지쯔 등 현지업체와 IBM, 델 등 외인군단의 협공에 밀려나 점차 빛을 바래가는 실정이다.

컴팩은 4, 5년 전 일본의 PC붐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라 할 수 있다.저가의 표준규격을 무기로 당시 고가의 非호환PC가 지배하고 있던 이 시장에 진입, 「컴팩쇼크」라고 불릴 정도의 돌풍을 일으켰다.

컴팩의 저가정책은 일본 현지업체로 하여금 서둘러 자사 제품의 가격을 내리고 표준규격을 채택하게 함으로써 폭발적인 수요를 불러일으켜 현재 일본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PC시장으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일본 PC시장이 지난 95년 70%, 지난해 40%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에 불을 붙였던 컴팩의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지는 아이러니를 보인 것이다.

특히 컴팩의 저가전략을 채택, 공격적인 가격공세를 퍼붓던 후지쯔의 위세는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그 결과 현재 이 회사는 시장점유율 22%로 NEC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컴팩이 왜 유난히 일본시장에서만 힘을 못쓰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현지업체들이 강력히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컴팩이 일본PC시장의 판도를 잘못 읽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본 가정용 PC시장이 95년부터 급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컴팩은 여전히 미국에서처럼 기업용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점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과오는 최근 미국에서 선보인 9백99달러짜리 홈PC 「프리자리오 2100」을 역시 가격에 민감한 일본에서는 아직 발표할 계획조차 없는 것에서도 잘 나타나는 것으로 지적된다.

그렇다고 컴팩이 기업용 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아니다. NEC나 후지쯔라는 강력한 상대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다. 이들 두 업체는 특히 그동안 메인프레임으로 기업고객들과의 유대관계를 공고히 다져왔기 때문에 이를 PC사업과도 자연스럽게 연계해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용 시장에 컴팩의 또 한가지 약점은 하드웨어업체로서 컴퓨팅환경의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같이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컴팩은 최근 EDS 등 시스템통합(SI)업체들과 기업의 클라이언트 서버나 PC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시스템 공급계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컴팩은 또한 사업부진에 대한 대응책으로 최근 일본 현지법인의 경영진을 일부 교체하고 기업용 PC의 경우 실질적인 주문생산체제로 전환하는 등 시장전략에 일대 수정을 가하고 있다.

컴팩의 주문생산은 일방적으로 제품을 생산해서 밀어내는 식의 판매가 아니라 제품규격을 기업의 요구에 맞게 조립하는 맞춤형 생산체제로 재고량도 최소화하고 제조비용도 그만큼 절감해 채산성을 확보한다는 의도다. 말하자면 델의 사업전략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컴팩의 에커드 파이퍼 회장은 근본적으로 일본에서의 사업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고전하고 있는 것은 후지쯔와 같은 경쟁업체들이 자사보다 지나치게 저가공세를 퍼붓고 있기 때문이며 이같은 가격경쟁이 최근 진정세를 보임에 따라 올들어 자사 시장점유율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이 얼마나 실질적인 세력만회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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