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부품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컴퓨터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이후 부품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말 4만5천원선에 머물던 16메가D램 모듈의 경우 현재 8만5천원에서 8만7천원선까지 올랐다. 8메가D램모듈과 4메가D램모듈 역시 같은 폭의 반등세를 보였다.
시장경기가 침체되면 부품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부품가격 상승은 원인을 달리한다. 부도이후 시장경기는 침체의 연속이다. 지난해 용산전자상가의 불황을 두고 상인들은 개장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말했다. 올해 초 부도사태이후 상황은 위기를 넘어 「공황」이라는 표현을 쓸만큼 악화되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고객의 발길이 줄어든데 있다. 컴퓨터의 신규구매도 줄고 업그레이드 시장도 줄었다.
그러나 컴퓨터부품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부도이후 꽁꽁 얼어붙은 자금환경 탓이다. 어음결재가 통로가 막히고 신용거래가 위축됐다. 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한보부도이후 자금줄을 막았다. 물품은 현금거래가 위주이다. 막상 물품거래를 하는 업체에게 현금을 동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받아놓은 어음이 결재기간이 지나야만 현금화되기 때문이다. 자연 주머니 돈을 털게되고 부품은 부족하기 마련이다. 가격도 오른다.
여기에 또하나 원인이 있다면 부품 메이커의 시장가격 정책이다. 물량조절을 통해 적정가격선을 유지해야만 대리점에 넘기는 가격을 넉넉하게 책정할 수 있다.
지난해 메모리가격이 한창 곤두박질 칠때 메이커의 밀어내기는 극에 달했다. 수출의 침체로 수출물량이 시장으로 유입되고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폭락했다. 메이커로서 적정물량은 소화해 내야하는 영업정책상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이를 받아야만하는 대리점으로선 죽을 노릇이다. 현금동원을 위해 덤핑을 치게되고 악순환은 거듭됐다.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자금이 경색되고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업체에게 외상물건을 주기란 쉽지않은 일이다. 가격이 떨어져야 할 상황이지만 오히려 가격은 오르고 있다. 메이커로선 작지만 현금장사를 한다는 장점도 있다. 물량조절로 폭락했던 부품가격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하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원리가 아닌 다음에야 정상적일 수 없다. 물론 감산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하지만 메모리의 경우 수요의 한계와 양산체제라는 특성 때문에 초기와 같은 활발한 수요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오히려 지나친 가격상승은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초기 하늘을 찌를듯한 메모리가격의 상승, 이어 끝없는 가격추락을 경험한 상가와 메이커로선 적정가격을 유지시켜야 하는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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