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세계 반도체업계 64MD램 증산발표 ``기대반 우려반``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64MD램 증산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16MD램 증산 당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MD램의 가격하락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됨에 따라 많은 반도체업체들이 차세대 D램의 양산시기를 앞당겨 벌써부터 64MD램에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D램분야 세계 최대업체인 삼성전자는 오는 4월까지 64MD램 월 1백만개 생산체제를 갖춘다. 일본에서는 NEC가 현재의 50만개 체제를 3월말까지 1백만개 체제로 끌어올리고 올해 말까지는 3백만개 양산체제를 정비한다고 발표해 놓고 있다. 이밖에도 도시바가 올해 말 월 1백만개, 히타치제작소가 1백만개, 미쓰비시도 2백만개 생산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요 업체들은 이처럼 64MD램 증산을 결정해 놓고도 시장전문가들의 「올해는 64MD램 가격이 걱정」이라는 목소리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D램시장은 지난해 가격폭락을 경험했다. 지난해 4월 개당 10달러 정도이던 4MD램 가격이 6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3분의 1이하로 떨어졌고, 이같은 4MD램 가격하락으로 인한 16MD램의 조기증산은 또 4MD램은 물론 16MD램 가격마저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기 전에 큰 폭으로 하락하는 악순환을 연출했다.

지난 91∼92년 한 차례 가격급락을 경험한 4MD램의 경우는 사실 지난해 초 2차하락 전까지 12∼13달러의 가격수준을 약 3년여나 유지했다.

「양산에 따른 가격하락, 가격하락에 따른 수요확대」가 D램뿐 아니라 반도체의 일반적인 패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MD램의 장기적인 가격유지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 당시 4MD램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윈도3.1의 등장으로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4MD램의 가격유지로 반도체업체들은 이때 많은 자본을 축적해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16MD램은 상황이 달랐다. 양산 초기부터 시작된 가격하락으로 16MD램은 제대로 가격안정세를 유지해 보지도 못하고 기진맥진, 반도체업체들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64MD램의 본격적인 양산을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됐다. 즉 64MD램 양산에 투자되는 비용은 4MD램 당시 모아두었던 자본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16MD램에 이어 64MD램 마저 이익을 취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반도체업체들은 캐시플로(현금유출입)에 어러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64MD램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기 전에 공급과잉이 발생, 91∼92년의 4MD램처럼 수요는 늘지 않고 가격만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64MD램의 경우는 16MD램의 전철을 밟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이유로는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요가 뚜렷한 확대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과 16MD램 전환 당시와 달리 현 주류 D램인 16MD램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D램의 가장 큰 수요처는 역시 PC산업으로 64MD램은 이 가운데도 노트북PC에서의 수요가 크게 기대된다. 데스크톱PC 탑재 표준메모리는 95년 말 8MB가 주류였으나 지난해에는 16MB, 올 초에는 32MB가 중심이 되고 있다. 노트북PC의 경우도 데스크톱PC와의 경쟁 때문에 메모리의 양 증대가 필연적으로 됐다. 소형, 경량이 주 무기인 노트북PC에는 탑재메모리의 개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32MD램이 사용될 것이 분명하다.

또 64MD램 가격형성에 결정적인 기준으로 작용할 16MD램 가격이 재고감소와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감산 등에 힘입어 최근 그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64MD램 증산에 따른 위험을 한층 줄여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D램시장은 지난해 초와 같은 주력 D램의 공급과잉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의 PC수요는 매우 저조했으나 95년 말과 지난해 초에 겪었던 학습현상으로 업체들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의 시장수요 예측을 적게 잡았다는 점이 공급과잉현상을 피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시장전문가들은 16MD램 가격이 오는 1, 4분기 중 9달러에서 8.5달러, 올해 말에는 7.2달러로 안정적인 가격하락세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판단은 IDC가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IDC는 올해 세계 PC시장은 16.5%의 성장률을 보이며 PC 1대당 메모리 탑재량도 평균 32.5MB로 1.5배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1, 4분기 중 D램시장은 지난해와 같은 대폭적인 수주감소가 없어 가격하락폭이 매우 완만하거나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2, 4분기 이후는 인텔이 최근 발표한 MMX 펜티엄으로의 전환과 차세대 기록매체로 기대되고 있는 DVD롬 드라이브의 표준탑재 등으로 PC시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 D램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64MD램 본격적인 증산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16MD램 양산 당시와 흡사하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것 처럼 구체적인 시장상황은 16MD램 전환시기에 비해 다소 안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64MD램의 경우는 16MD램 때와는 달리 양산 후 바로 가격이 하락하는 등의 기현상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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