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11)

초가 지붕을 태우는 불길은 작은 바람에도 말간 불덩이로 되살아나곤 했다.

꺼진 듯 보이는 숯불을 호호 불어 대면 말갛게 살아나듯 초가 사당 전체가 말간 불덩이로 달아올랐다. 수많은 불티가 하늘로 날았다.

흙벽돌 위에 서까래를 걸고 그 위로 올려진 초가 지붕을 태우는 불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혜경은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황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부지깽이 그 작은 불씨로 시작된 불길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움과 황홀감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움이기도 했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언젠가는 한 번 머리에 쓰고 무당처럼 팔딱팔딱 뛰어 보고 싶었던 각양각색의 고깔이 불에 탄다는 것만으로도 혜경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무속화 속의 여인이 불 속에서 죽죽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처럼 여겨졌다. 여리게 풍기는 향 냄새가 혜경의 후각을 자극하고, 마음을 자극했다. 신비로움을 느끼게 했다.

충동. 그때 혜경은 그 불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격렬하고 신비롭게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열기에 달아오른 얼굴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몸이 달아오를수록 불길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

뛰어든 것은 무당이었다.

바라를 양손에 들고 챙챙, 울려대며 뛰어 들었다. 머리엔 고깔을 쓰고 춤을 추면서 그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챙챙, 바라 소리가 불길을 따라 하늘로 치솟았다.

그 소리와 함께 불 속으로 뛰어들던 무당의 눈빛. 혜경은 아직도 그 눈빛을 잊지 못하고 있다. 환희와 공포가 한데 어우러진 눈빛이었다.

혜경은 자신이 고깔을 머리에 쓰고 바라를 두들기며 무당과 함께 그 불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환상에 빠져들었다. 황홀이었다. 그러나 그 무당의 모습은 이내 사라져 버렸다. 뛰어든 순간 지붕이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흙벽돌 위의 서까래가 불에 타 무너지면서 초가 지붕은 폭삭 통째로 내려앉아 버린 것이었다.

무당의 모습을 순식간에 삼켜 버린 불은 더욱 거세게 치솟아 올랐다. 수많은 불티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챙챙, 챙챙.

무당이 불길에 묻혀 버린 후에도 혜경은 계속 이어지는 바라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점점 더 크게 울리는 듯했다. 심장을 후비는 듯한 소리. 환희와 공포가 한데 어우러진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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