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무한 경쟁시대 막오른 `황금알` 통신서비스 (6)

WTO 통신협상 타결 의미 (상)

10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통신사업 구조조정 정책의 기본 목표는 「시장 개방에 앞서 국내 통신사업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국내 사업자들끼리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정부의 보호」 없이도 선진 외국 업체와 맞붙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15일 타결된 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의 골격은 기본통신 서비스 시장의 완전한 개방이다. 이는 WTO협상 자체가 통신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주도로 진행돼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세계 통신시장의 절반이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미국이 자국 시장의 완전 개방이라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앞세워 21세기 최고 유망 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정보통신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잇는 것이 기본통신협상의 본질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시장 개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구조조정 정책이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번 기본통신협상에 제출한 우리나라의 시장 개방 양허안의 수준을 점검하면 우선 협상기간 내내 쟁점이 됐던 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한도를 유선통신과 무선통신을 불문하고 98년부터 33%까지 허용(한국통신 20%)하고 2001년부터는 49%(한국통신 33%)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99년부터는 한국통신을 제외한 모든 기가통신사업자의 외국인 대주주를 허용한다는 것도 주의깊게 살펴봐야할 조항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국내 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소유를 허가한다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보다 몇수 위의 실력을 갖춘 외국 사업자가 기업 인수및 합병(M&A)등의 방법을 통해 국내에서 사업을 하게 될 경우 과연 버텨낼 수 있는 사업자가 얼마나될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지분을 99년부터 49%까지,2001년부터 1백% 허용키로 한 음성부문 회선 재판매사업의 경우에는 우려의 정도가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이미 미국등 선진국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소규모 지역에서 전용회선을 빌려 시내외 및 국제전화사업을 하는 재판매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정보통신부는 내년부터 국내사업자들에게 인터넷 전화와 국제콜백서비스를 포함한 음성 재판매 사업을 허가, 대외 시장 개방 전에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단 1년간의 기간동안 수년간 음성 재판매사업 분야에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아온 외국의 사업자를 상대할 만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시장이 개방될 경우 선진국업체들이 가장 먼저 노리는 분야는 적은 자본으로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회선 재판매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시장 개방을 불과 1년 앞두고 국내사업자들에게 사업을 허가한다는 것은 대단히 늦은 감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어쨌거나 WTO 기본통신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내부의 경쟁을 미처 경험할 틈도 없이 외부의 적을 맞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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