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04)

통신은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유일한 매체였다.

인간은 상호간의 정보교류를 위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도구를 활용했다. 먼저 인간은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음성을 활용했다. 동물과 다른 언어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발성기관을 가지게 된 것은 약 5만년 전, 이때부터 인간은 상호간의 통신수단으로 언어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인류의 문화발달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계기가 된 통신수단인 언어의 활용은 문화발달의 원동력뿐만이 아니라 사회통제적 기능으로서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게 되었다. 씨족집단의 형성도 동일한 언어집단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그 개연성을 추정할 수 있으며, 또한 언어의 발달은 도구제작과 사냥기술 등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전수할 수 있게 되어 인류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였다.

하지만 언어는 기록성이 없고 멀리 전파하지 못한다는 제약이 따랐다. 여기에 인구의 증가와 인간의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도구의 사용이 점점 발달해 가자 언어만으로는 통신의 한계성이 드러나게 되었다. 인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호를 사용하여 기록하는 새로운 통신방식을 고안하여 활용하였다.

문자탄생 이전의 상형기호를 언어와 상호보완적인 통신수단으로 활용한 인간은 뜻을 나타낼 수 있는 기호를 바위나 돌, 뼈, 나무 등에 새겨 기록, 다른 사람에게 전하였다.

언어와 기호에 의한 통신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통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소리를 멀리 보낼 수 있는 매체를 생각하게 되어 북, 꽹과리, 종 등을 만들어 통신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일시성을 갖는 소리에 의한 통신과 부분적인 기록의 수단으로 활용된 기호에 의한 통신과는 다른, 보편적이며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문자의 고안은 통신방식에 있어서 매우 획기적인 일이었다. 문자를 통한 통신은 지역적 제한을 넘어 상호교류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되었고, 기록에 의한 정보의 축적이 이루어짐으로써 시간을 초월해서 경험과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문자를 이용한 통신은 종이와 인쇄술의 발달에 따라 정보의 운반이 용이해져 사회발전과 문화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자통신은 인위적으로 옮겨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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