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오디오장인들 한국 떠난다

진공관 앰프, 벌집형 스피커유닛 진동판 등 국내 오디오 역사의 한 장을 기록한 명품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를 개발한 하이엔드 오디오의 장인들이 우리나라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우리나라를 등지게 된 것은 단 한가지 이유.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이를 상품화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진공관 앰프를 개발해 국내외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몬스 오디오랩社의 김만호씨는 현재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Made in USA」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김만호씨는 과거 진공관을 채용한 통합앰프 「몬스 100」이란 제품을 개발해 태광산업과 함께 제품을 판매해왔으나 더 이상의 사업진척이 없자 미국으로 떠나게 된 것. 김만호씨는 미국에서 맨스파워란 회사를 차리고 「몬스 300B」 등의 진공관 앰프 후속 모델을 개발해 1월 중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멀티미디어 쇼인 CES에서 호평을 받았다.

김만호씨는 앞으로 혼스피커를 연구하는 미국 브루스 에드가와 동업을 통해 미국 하이엔드 오디오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계획이다.

스피커 관련기술을 20년간 습득한 D사의 이 아무개씨도 자신이 개발한 고성능 스피커 및 스피커유닛용 진동판을 알아주는 국내업체가 없어 곧 미국으로 떠난다. 그가 만든 제품들은 세계적으로도 독창적인 것이라고 한때 떠들썩했지만 이를 상품화하겠다는 국내업체는 한군데도 없었다. 그러나 미국의 스피커 및 첨단기술 개발업체인 오라시스템에서 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 그를 스카우트하게 된 것이다. 그는 앞으로 오라시스템의 오디오 전문가들과 제품양산에 대한 논의를 하는 한편 오라시스템의 동남아 공장에 파견돼 현지인들에게 스피커 관련기술을 전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년간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국산품에 적용시키려 했으나 이 기술에 관심을 가지려는 업체들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디오평론가 이영동씨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장인들이 국내 업체들의 인식부족으로 우리나라를 잇따라 떠나고 있어 안타깝다』며 『국내 오디오 제조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과거처럼 값싼 제품의 양산에 의존하기 보다는 우수한 기술력에 기반을 둔 고부가가치 제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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