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개정안 불온통신규제 철회 배경

정보통신부가 지난 11일 입법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의 불온통신관련 조항(제16조 2항)을 삭제키로 한 것은 입법예고 이후 빗발치듯 쏟아진 반대 여론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보통신부는 27일 개정령 수정을 발표하면서 그 이유로 『통신을 이용하는 일부 국민들로부터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와 우려가 제기됐음』을 들었다.

하지만 이를 『「유보」키로 했다』고 표현함으로써 당초의 개정 취지가 일부의 오해와는 달리 선의에 의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보통신부 한 관계자는 『정부의 본뜻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시행령 시행일(2월1일)까지 시일이 촉박하고 굳이 서둘러 개정할 필요도 없어 삭제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시행령중 개정령(안) 제16조 2항은 통신 취급을 거부 정지할 수 있는 제한조치의 요건을 규정한 조항이다.

즉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한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한 수사기관 등의 장이 불온통신으로 인정해 제한조치를 서면으로 요청하는 경우(제16조2항의1)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제한조치를 건의한 경우(제16조2항의2)로 통신제한조치의 요건을 규정한 것이 그 내용이다.

정보통신부는 당초 이같은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현행법상 불온통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감청, 정보심의 등의 주체와 통신취급을 제한할 수 있는 통신제한조치의 명령주체가 분리돼 있어 이를 일치시킬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었다.

감청과 정보심의의 주체는 수사기관 및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인데도 통신제한조치의 주체는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돼 있어 법체계상 일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나우누리의 한총련CUG폐쇄 등 통신제한조치가 발생할 때마다 정보통신부에 모든 여론의 화살이 쏟아졌던 것을 피해보기 위한 의도도 포함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정통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수사기관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서면요청 및 건의로 제한한다」는 내용은 「수사기관이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통신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켰다.

PC통신 이용자들은 물론 각종 민간단체등은 입법예고 직후부터 수사기관 등의 통신기본권 제한 남용을 우려, 제16조2항의 삭제를 주장하고 일부에서는 시행령의 위헌성까지 제기하는 사태에 이르자 정부가 서둘러 이를 취소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정보통신부가 여론을 적극 반영한 셈이다.

하지만 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은 정부의 「선의」를 「오해」한 것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은 국민의 통신기본권을 신장한다는 의미에서 진일보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한 통신제한요건 및 절차에 대한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정의한 것인데도 이를 거꾸로 확대 해석한 것은 지나친 발상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정보통신부가 문제가 된 제16조2항의 삭제를 결정함으로써 PC통신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수사기관이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통신제한조치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단지 시행령 개정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갔을 뿐이라는 점에서 통신제한에 관한 근원적인 논란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행령을 어떻게 개정하느냐 보다는 『국민들의 통신의 자유와 비밀보호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공공이익도 침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운용하겠다』는 정보통신부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느냐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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