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고속무선호출 상용화 추진 배경

무선호출사업자들이 올 하반기부터 현재보다 전송속도가 5∼6배 빠른 고속무선호출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주파수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선호출가입자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비롯된 무선호출주파수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송속도를 높여 주파수 이용효율을 높이는 수 밖에는 별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부도 무선호출사업자들에 대한 주파수 추가할당은 고속무선호출용으로만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사업자들로서는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고속무선호출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2년전부터 한국통신기술협회(TTA)주축으로 이루어진 고속무선호출 프로토콜 표준화 작업도 이미 모토로라의 FLEX로 마무리돼 내 달 중 정보통신부가 공고하는 대로 FLEX가 국내표준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POCSAG방식 무선호출서비스 전송속도는 1천2백bps급. 하반기에 상용화될 FLEX방식은 6천4백bps까지 지원한다. 전송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단위 채널당 소화할 수 있는 신호의 수가 많아지고 이는 곧 채널당 가입자 수용용량의 비례적 증가를 가능하게 한다. 산술적으로는 현재는 주파수가 포화상태이지만 이를 고속무선호출방식으로 바꾸면 현재 할당된 주파수만으로도 5∼6배의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현재는 채널당 7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지만 FLEX방식으로는 채널당 30만명(숫자호출기준)까지 수용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실험 결과이다.

하지만 무선호출사업자들은 단지 주파수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무선호출 고속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무선호출서비스가 고속화됐다고 해서 가입자들에게 당장 별다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파수용량의 확대로 좀더 나은 전송품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선호출기의 배터리 수명이 현재보다 두 배가량 늘어나는 것도 가입자에게 돌아갈 질좋은 서비스 혜택의 하나다. 또 VOCSAG방식은 광역무선호출 서비스용 캡코드가 채널당 2백만개까지로 제한돼 있었지만 FLEX는 10억개까지 사용이 가능해 광역서비스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업자들이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무선호출서비스가 고속무선호출로 발전하면 무선데이터통신으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문자무선호출서비스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서울이동통신의 한 관계자는 이를 『삐삐의 개념이 바뀌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숫자만 전달하는 기존 무선호출은 부가서비스의 하나가 되고 고속전송방식을 기반으로 한 문자정보서비스가 무선호출의 바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무선호출 고속화로 주파수에 여유가 생기면 무선호출기에 문자를 전송할 수 있는 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선호출서비스로 수행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의 종류와 질이 한층 다양해지게 돼 하반기부터는 무선호출사업자들 사이에 치열한 부가서비스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국이동통신, 서울이동통신, 나래이동통신 등 주요 무선호출사업자들은 오는 7월부터 고속무선호출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설 및 장비개발 여부에 따라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 한국이동통신의 한 관계자는 특히 『고속서비스를 위한 장비를 자체개발한다는 방침이어서 제2사업자들에 비해서는 다소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표준 무선호출 주파수대역인 3백20MHz대역의 FLEX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회사는 캐나다 글렌에어사와 삼성전자 정도. 정작 FLEX관련 권리를 갖고 있는 모토로라는 9백MHz대역에서만 개발해 놓고 있다. 수도권 제3사업자인 해피텔레콤은 삼성전자의 장비로 망을 구축하고 있다.

고속무선호출 단말기는 팬택, 스탠다드텔레콤 등 몇몇업체들이 이미 개발해 일부는 수출도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무선호출기 제조업체들이 상반기 중으로는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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